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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 상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있잖아,이츠카짱. "레이나는 사촌 언니에게 말해 본다."꼭 내일 출발해야 해? "그래야 해." 사촌언니의 대답은 쌀쌀맞다. 여정을 짜느라 여념이 없는 듯 레이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9-)
앞으로 이 여행 기간 동안에 일어난 일은 여원히 둘만의 비밀로 한다.
만약 도중에 돌아가고 싶어지더라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돌아가선 안 된다.
라는 것이었다. (-27-)
레이나의 담임 선생에게는 지난주에 아파 쉰다고 전화해두었다. 언제까지고 거짓말로 둘러댈 순 없고,이 이상 학교를 쉬면 열의 있고 친절한 슈나이더 선생은 걱정할 것이다. 유학생인 이츠카는 일이 한층 더 성가시게 되지 싶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학생 비자가 취소되고 마니까. (-55-)
"또 일기 쓰는거야?"
옆에서 이츠카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써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대답하자 이츠카짱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112-)
창 밖은 칙칙한 거리다. 맞은편 건물의 2층 창에 할로윈 장식이 붙어 있다. 얼마전까지 해마다 할로윈 때면 분장을 했다.그리고 유즈루와 둘이서, 혹은 학교 여자애들과 어울려 근처 집들을 돌아다녔다. (-166-)
"미시즈 패터슨의 집."
이츠카짱은 대답하고 나서 개를 땅바닥에 내려놓더니 리드 줄을 레이나에게 쥐어 주었다. 배낭을 가슴 앞으로 돌려 메고 안에서 무언가 꺼낸다. 종이와 열쇠다.
"잠시 동안 여기서, 구르망을 돌봐 달래." (-237-)
"이 카드는 사용할 수 없어요. 다른 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니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292-)
기사카 리오나 딸 레오나는 열네살이다. 사촌 언니 이츠카 짱과 레오나는 부모의 하락 없이 편지 한 장 남겨놓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두 소녀의 여행길은 미국 여행이었고, 리오나는 딸 레오나의 대책없는 여행을 반기지 않는다. 딸이 대책없는 여행을 떠남으로서, 학교 문제에 신경쓰는 리오나의 모습은 딸의 안위보다,자신의 거짓말이 더 눈에 거슬리고 있었다. 여느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리오나, 딸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급하게 딸이 가진 신용카드 정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딸의 여행 원칙은 멈추지 않았다. 아예 작정하고 사촌 언니와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즉 두 소녀는 여행의 기본 원칙을 항모글 하나하나 써가면서 만들었고,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다만 열일곱 이츠카를 스물 한살로 바꾸고, 히치하이킹을 즐기게 된다. 두 소녀가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미시즈 패터슨 할머니의 집이다. 하지만 정작 집에 도착하자 마자 한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
이 소설을 보면 한국인의 여행과 일본인의 여행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히치하이킹은 똑같지만, 여행을 할 때, 계획적이며,메뉴얼을 정해서 꼼꼼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레이나는 여행 도중에 일기를 써서 기록하고 있다. 그런 여행을 엄마는 원하지 않았고, 신용카드를 정지시키면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실수였다. 신용카드를 쓸 때는 레오나의 여행 동선을 캐치할 수 있었지만, 신용카드를 정지함으로서,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여행이라는 모험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여행을 떠나는 레오나와 이츠카 양,둘의 여행은 멈출것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까, 리오나의 여행 방해 작전은 성공할 것인가,아니면 두 소녀의 여행은 성공할 것인가 궁금케 하는 따스함과 잔잔함을 느끼는 에쿠니가오리 식 여행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