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행은 꽃핀다 - 사부작사부작 지구촌 마실 열세 명의 인생 발자국
권순범 외 지음 / 슬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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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연, 여행인연
가까운 지인의 부음을 들었다. 남편의 직장 상사였다. 함께 차에 탄 적이 있는데 앞 좌석에 있던 신문을 뒤에 있는 나에게 주었다. 왜 갑자기 신문을 넘겨주시나 했는데 햇볕을 가리라고 했다. 나는 그때 햇볕이 들어오는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강한 햇뵽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낯가림이 심하고 집에서 혼자 노는 집순이라 그런 분위기가 매우 어색하고 힘들었다. 신문을 건네받으며 본 그분의 인상은 참 시골스러웠다. (-29-)


딸과의 이별
그렇게 엄마와 딸, 둘만의 캐나다 여행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캐나다의 대자연 속에서 함께 웃었고 밤이 되면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부둥켜안고 울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딸이 엄마를 달래니. 이시간만큼은 어마가 아니고 딸이 어른이었다. 딸을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자고 있는 딸을 차마 깨울 수 없었다. 서로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때 느껴지는 딸의 자그마한 움직임과 흐느낌, 딸도 깨어 있었다. 하지만 마주보면 이별의 시간이 더욱 슬플 것을 알기에 서로 모르는 척할 수 밖에 없었다. (-78-)


남춘천역에 내리자마자 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프로선수들은 별도로 짜여진 식단이 있다지만, 나는 밥심으로 뛴다. 배고프면 낙오한다. 날씨도 맑고 컨디션도 좋다. 몸이 가벼운 걸 보니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다. 공지천 앞 대로변은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몸을 푸는 무리 속에 슬쩍 스며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몸을 푸는데 , 진행자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출발, 페이스조절
땅! 제일 먼저 프로선수들부터 출발한다. 출발 신호가 차례로 울릴 대마다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긴장된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나쁜 것 같기도 하다.내가 속한 그룹의 차례가 다가오고 출발선에 선다. 행여나 기록이 누락될까 두 발로 출발선을 알뜰히 밟는다. 삐~~익! 드디어 시작이다. 한 발 두 발 나아가며 천천히 호홉을 가다듬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쏜살같이 앞질러 나간다. (-109-)


바야흐로 여행이 대한민국 트렌드로 잡아가고 있다. 국내 여행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크루즈 여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등 여행이 가져오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는 큰 의미가 있고, 추억과 그리움이 여행과 엮일 때가 있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즐기는 여행이 있고, 이별을 준비하는 여행도 있다.최근 딸과 아버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아버지의 힐링과 건강을 위한 여행이었고, 여행의 테마는 누구와 함께 가는지, 홀로 여행을 하는지, 함께 여행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행은 그래서 ,큰 의미를 지지고 있다. 여행을 통해 나를 호홉하고,내가 살아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두발로 걸어가는 것, 함께 한다는 것, 소중함과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여행,경이로움과 마주하는 여행 등등 무지개빛 다채로운 여행이 우리의 삶을 채워주고 있으며, 책에는 열세사람의 다채로운 여행 후기가 있다.그중에서 눈에 들어왔던 여행은 권순범님의 105리 마라톤 여행이다.


이 마라톤 여행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여행이다. 단순히 보고,듣고 느끼는 여행이 아닌 ,두발과 두 팔로 행하는 여행이며, 남춘천을 끼고 42.195KM를 달리고 있다.10월 가을이면, 열리는 춘천마라톤 대회, 105리 긴여정의 첫 시작은 수많은 러너와 함께 하는 여행이며, 프로 선수가 맨 앞에 서고, 기록에 따라 그룹이 분리된다. 한때 3만 여명의 아마추어 러너가 출발하는 대회이기 때문에,각 그룹마다 분리해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엉키고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대회를 참가한 적이 있어서, 저자의 여행 후기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발판을 꾹 누르고 달리는 건, 삐삐 소리가 제대로 날 때, 출반 시간이 측정되기 때문이다. 그건 아무리 잘 달려도, 출발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 기록의 의미는 사라지기에, 이 부분이 매우 주요하다. 어떤 여행을 즐기든, 일을 하든지, 그 시작은 매우 중요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욕심부리지 말아야 하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여행의 가치,마라톤 완주가 가지는 그 의미가 단순히 건강만은 아닌, 마라톤 여행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300번 완주한 마라토너를 보면서, 저자의 인상깊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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