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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이야기
유경현.유수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진용 씨는 쿠팡 플렉스다. 2018년 등장한 쿠팡 플렉스는 물류 배송 플랫폼 기업 쿠팡이 직접 채용한 '쿠팡맨' (최근 여성 배송 기사 수가 늘어나면서 쿠팡 친구의 줄임말인 '쿠친'으로 변경했다.) 과 달리 자신의 차랴으로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건당 배송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다. 쿠팡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는'쿠팡맨' 과 달리 쿠팡 플랙스는 직고용된 직원이 아닌 탓에 그날그날 배송물량에 따라 배송 기사 수가 정해진다. 다행히도 오늘 그는 출근할 기회를 얻었다. (-16-)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수양 씨에게 플랫폼 세상은 지금까지 경험한 사회보다 공정하게 느껴진다. 플랫폼 세상에서는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온 수양 씨에게 '남들처럼' 정해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대신 실력만으로 그녀를 평가한다.
그런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별점과 후기다. (-91-)
앵두 주변 대리 기사의 위치를 표시한 빨간 점
오지 콜이 없는 지역 또는 대리기사가 너무 많이 밀집한 지역
택틀 대리 가사 여럿이 택시비를 나누어 내며 오지에서 나오는 택시 셔틀
투잡 기사 납에 본업 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대리 운전을 하는 기사
뚜벅이 도보로 이동하면서 콜을 수행하는 기사 (-172-)
"교대 근무 없음.상사 없음. 제약 없음."
우버 기사가 되면 자유의 몸, 즉 새로운 사업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간당 30달러 수익 보장. 열심히만 하면 연간 9만 달러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솔깃했다. (-198-)
쿠팡맨, 우버 택시 운전자, 그리고 콜 택시 운전, 대리기사 이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른다. 플랫폼 세상에서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노동자에게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된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 그건 스스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고, 자본과 시장에 최적화된 노동자라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라서, 4대 보험을 요구할 수 없고, 스스로 계약에 묶여 있는 현실 속에서 물류와 배송에 올인하게 된다. 우버 택시, 쿠팡맨이 착취와 편견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코팡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 불이익이 고스란히 플랫폼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그 시자의 논리에 따라서,리스크를 온전히 플랫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불이익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고갱의 불만이 접수되면, 쿠팡 노동자들이 짤릴 수 있고,그 기준에 따라서, 스스로 족쇄에 채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어떤 일에 대해서, 무언가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별점 테러에 목메는 그들에게 별 다섯 과 별 하나는 천당과 지옥만큼 멀다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플랫폼 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쿠팡맨이나 우버가 아닌 택배 배송기사의 어거지에 대해서, 항의하고 따진 적이 있어서다. 그동안 여러차레 컴플레인이 있어도 ,서로 못보고 살수 없기 때문에 참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참았던 것이 폭발할 때가 있었다. 즉 내가 내지 않아도 되는 착불 요금을 배송기사의 실수로 인해 청구할 때,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나는 본사에 컴플레인을 직접 걸었다. 그건 나의 컴플레인이 그 배송기사에게 불이익 뿐만 아니라, 생계 배송 일을 중단시킬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 수위보다 더 높은 극단적인 사례를 예시로 들고 있지만,나의 경우는 합당한 컴플레인이었고, 똑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는 방어적인 차원이다. 배송 물건이 중간에 사라져도 책임회피하려는 그 배송기사에 대해,책임을 물었다.즉 플랫폼 노동자는 고객에게 종속되고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이다. 그 하나 하나 알아가고 깨닫는 것, 우리 사회의 자본과 시장에 최적화된 현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