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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방 - 치매 엄마와의 5년
유현숙 지음 / 창해 / 2021년 7월
평점 :


"엄마 치매가 착한 치매인 것 같아. 어제 어머님이랑 옛이야기 나누시다 잠드셨고, 잠자리에서 실례한 것 빼고는 잘 계셨어."
엄마와 고모는 평생을 친자매처럼 지내왔다. (-42-)
이제 하루가 끝나는구나! 안도하고 살포시 잠이 들었다가 냄새 때문에 깨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탄 연기가 가득한데 엄마는 잠들어 있었다. 식탁을 보니 검게 타버린 고기가 프라이팬 가득 담겨 있었다. (-83-)
동생과 통화한 뒤 당장 꽃게탕을 했는데 맛없다고 버리라고 했다. 냉동 꽃게라 맛도 없고 씁쓸하다면서 , 언젠가는 꽃게찜을 먹다가 금이빨 네개다 다 빠졌다. 잘 보관하시라 했지만, 집으로 돌아와 물으니 휴지에 싸두었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다고 했다.
과거의 입맛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47-)
엄마가 처음 선택한 옷은 실크 극세사로 된 분홍 바지가 있는 옷 한벌이었다. 어마는 언제 나처럼 옷값을 물었고, 너무 비싸다며 사지 말자고 했다. 괜찮다고 다래서 그 옷을 구입하고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관리하기 편하고 따뜻해 보이는 융 원피스를 네 장 골랐다. (-199-)
지나고 보면 까마득했다. 저자는 5년 동안 치매 엄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건 치매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전쟁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갈고, 냄새나는 것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걸 넘어서서, 혼자서 그 모든 것을 처리한다는 것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친척들이 툭툭 건네는 위로의 말이 위로가 안되는 것은 치매의 특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즉 내가 봤던 것이 내가 없을 때와 똑같이 일어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모가 착한 치매라 했던 것을 본다면, 실제 저자의 삭힌 마음과 감정이 느껴졌다. 즉 치매는 현실이고 고통이면서 아픔이다. 아픈 것을 돌보는 걸 넘어서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와 싸우는 것이 치매였다. 즉 나의 기억 속에 있는 한 사람의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다를 때,느껴지는 당황스러움, 그리고 한 하던 행동을 할 때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어떤 예고되지 않는 상황, 속천불 나는 상황이 나타날 때,수습은 커녕 ,나를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 순간이다. 느껴지는 힘겨움은,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 될 때가 있다. 즉 <엄마의 방>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한 하나의 하소연이며, 아픔이자 해우소이다.누구도 해결할 수 없고,누구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말하지 않으면 , 견디기 힘든 현실들, 그 하나하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