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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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욱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형은 그런 남자가 아니다.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나 같은 얼굴을 지녔지만 형제는 실제 닮은 데라곤 찾을 수 없는 완벽한 타인이었다. 아내도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똑같은 외모의 형제 중 하필이면 동생을 소개받았을까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11-)


영문학과에 입학한 영임은 제임스 조이스도 모르고 T.S 엘리엇도 몰랐다. 그녀가 머릿속에 입력할 수 있었던 유일한 문장은 셰익스피어의 명대사 두 줄이었다. (-17-)


"난 사람들의 욕망을 찍고 싶어. 사람들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광기와 분노를 드러내 보이는게 내 목표야. 겉으로 보이는 세계보다는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보고 싶은 거지."
정우는 짐짓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멋진 말이긴 한데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들려. 인간의 광기와 분노를 어떻게 카메라에 담겠다는 거야? 너도 말했듯이 사람들은 그걸 숨기고 살아." (-76-)


장례 마지막 날, 어머니는 장지로 향하는 중에 은희만 찾았다. 어느새 은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했다. 관이 놓이고 흙을 덮는 순간에도 두 여자는 다정한 모녀처럼 끌어안고 남은 눈물을 쏟아냈다. 봄날답지 않은 차고 매서운 바람에 사람들은 매장이 끝날 때까지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하늘은 높고 공허했다. 봉분이 정리되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135-)


정우는 은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화목한 가정을 원했다. 남편과 아내, 아이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가정 말이다. 그녀는 매일 반복되는 꿈을 꾸었다. 아마도 태윤이 원하는 것 역시 은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여자가 가정을 원한다는 말이 되는 것일까. (-206-)


태윤이 손짓해 가까이 다가서니 그녀가 안아달라고 속삭였다. 정우는 철제 침대 위로 올라가 가녀린 몸을 안았다. 바람이 먼지를 휩쓸고 간 듯 커튼 사이로 눈부신 하늘이 보였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호홉이 조금씩 느려졌다. 
어쩌면 사랑이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사랑은 단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이 정말 하나일까 ? 사랑은 왜 꼭 하나여야 할까? (-230-)


상욱과 하욱은 쌍둥이다. 그리고 하욱과 상욱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출세욕에 눈물었던 그 시절의 모습이 하욱과 상욱이 살았던 그 시절이다. 능력보다 학벌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시기이다. 영임이 영문학과에 나왔지만, 영어에 대한 기본 소양이 없었다. 그 과정 하나하나 3대에 걸쳐서 엿볼 수 있다. 소설 <결혼하지 않는 도시>는 3대에 이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찰해 보게 되며, 남아선호사상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욱이 살았던 시절과, 여성의 권위가 올라가는 태윤의 삶이 상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정과 가족의 역할,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임신,출산이 , 여성의 역할에 족쇄를 채우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혼이 대를 잇지 못한다는 현실이 이 소설의 주된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서, 입양을 하고 , 태윤을 아이로 들루게 된다. 결혼 이후 ,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이유는 아기가 없어서다. 그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그 시대의 정서상, 그것이 어느 정도 허용되었다. 그 과정에서 태윤의 삶은 불행으로 귀결되고 있다. 여기서 소설은 우리의 삶의 근간을 본다면, 태윤에게 인생이란 향복한 삶, 평범한 삶을 원한다. 남성에게 갈급하고, 단순히 남자의 사랑을 원하지만, 남자는 항상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해서, 정우와 태윤의 관계, 그리고 은희, 우리 사회가 비혼남, 비혼모가 존재하며, 신랑 홍정우와 신부 이은희로 이어지기까지의 사랑의 전 스토리를 보면, 우리사회가 결혼을 장려하지 않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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