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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의 주인공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7월
평점 :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총각이나 처녀귀신, 물에 빠져서 죽거나 화재로 죽은 귀신, 온갖 병으로 고생하다가 죽은 귀신, 장애를 가지고 살다가 죽은 귀신, 총칼에 맞아 험한 죽음을 하거나 아기를 낳다가 피 흘리면서 죽어 간 하탈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자결귀, 자식없이 죽은 무주고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억울함늘 안고 죽은 뒤 한을 품고 떠도는 모든 존재들이 바로 영산이다. (-30-)
동해안의 양중이나 경기도 도당굿의 사내는 모두 세습무가의 남자들이다. 이들은 굿하는 사제의 위치에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세습 무가의 굿꾼들은 본격적인 뒷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들이 잡귀를 재압할 수 있는 신통력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86-)
관례의 마지막은 어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무당은 온갖 남은 음식을 섞어서 만든 짬밥을 어른들에게 대접한다. 원래 이 짬밥은 잡귀용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는 술을 거른다면서 입으로 막걸리를 걸러 뱉은 후에 어른들에게 마시라고 한다. 술을 휘저은 젓가락은 사타구니에 문질러 닦는다. 어른들은 웃기만 할 뿐 차마 마시지 못하고 결국은 짬밥에 슬그머니 붓는다. (-154-)
동해안지역에서는 잠수부를 머구리라고 부른다. 머구리는 개구리의 고어이다. 잠수부가 바닷속에 들어가는 모습이 개구리와 비슷하여 머구리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와 일본어로 잠수부를 모구리라고 하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머구리는 장비를 갖추고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데 공기주입 문제와 수압 때문에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179-)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는 농촌과 어촌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걸어서 10분이면 오갈 수 있지만 농민은 갯가로 딸을 주지 않았다. 먹는 것이야 어찌 해결한다고 해도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는 딸을 보고 싶은 부모는 없는 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향으로 집을 지으면 남자가 단명한다고 해서 짓지 않았다. 매일 짙푸른 동쪽 바다로 나가야 하는 어민들의 위태로운 삶을 경고하는 금기이다. 어민들은 바다의 치명적인 유혹과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바다를 등지고 집 짓는 것만이 잔인한 운명을 피하려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246-)
지금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아온다. 그리고 방사선,수술, 항암제 등등을 통해서 치료하고 병을 제거한다. 그러나 40년전에는 그렇지 못했다.단순한 병에도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의술이 열악하였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없었다. 소위 어른들의 폐병이 아기에게 옮아서, 아기가 돌연사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민간요법이 통했던 그 시절이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이 없었던 그 시절이다. 아파도, 억울하게 죽어도 누군가 풀수 있는 곳이 없었으니, 해우소가 무당이었다. 무당을 통해서 굿을 하고, 이스에 머물러 있는 잡귀들이 저세상에 잘 가길 바라는 마음이 , 그 시대의 보편적인 모습이었고,전통적인 생활상이었다. 이런 모습은 최근까지 시골에 있다.누군가 아프면, 물을 떠나 놓고, 정성을 빌면 낫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모습들이 하나 둘 관찰되었으며, 이 채에서 언급하는 뒷전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뒷전은 사전적으로 두가지 의미로 쓰여진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을 미룰 때,뒷전이라 쓰고, 두 번째는 이 책에서 다루는 무당이나 굿에 대해서 말할 때, 쓰여지고 있다. 책에는 굿을 연기라 말하고 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즐겨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우환이 끊이지 않는 곳에는 항상 굿이 있다. 위험한 칼 날 위에 서서, 병의 원이이 되는 귀신을 내쫒으면, 병이 낫는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무용인 상황이 종종 있었다.사회적 약자들에게 ,굿의 마지막 거리 뒷전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애인, 여성, 소외된 서민들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서 , 죽은 자의 한을 풀며, 굿을 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어촌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가까운 곳, 탄광촌에도,농촌에도 굿은 있었다.아픔과 고통이 한을 남기고,그 한을 풀지 못해서,구천을 떠도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말하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한 수많은 영혼들, 그 영혼의 한을 달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