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걷다 - 박원순의 백두대간 종주기
박원순 지음 / 하루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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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락희 대장은 참으로 대단하다. 발걸음을 제고 있다. 중산리에서 로타리대피소까지 9,000보, 로타리대피소에서 벽소령까지 27,005보, 벽소령에서 노고단까지 21,162보를 걸었다고 한다. 백두대간 전체는 약 1,000,000 보라고 한다. (-34-)


모은 쓰레기를 삿갓재 휴게소에 갖다 주었더니 담당 직원이 그린포인트를 주겠다고 한다. 자기 쓰레기를 휴게소까지 가져오면 포인트를 주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국립공원 내 주차장 ,대피소, 야영장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거나 기념품 같은 것을 준다고 한다. 어차피 그런 것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니 포인트에는 관심이 없다.대신 내일 쓰레기 답을 비닐 봉투나 하나 달라고 했다. 작은 에코 산행 실천에 스스로 행복하다. (-90-)


고등학교 시절에 법철학자 황산덕 박사가 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 제목이나 강의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사과를 먹다가 컵이 필요해서 찾았는데 없었다. 사과 가운데를 파서 컵으로 썼다."라는 구절이 남아 있다.
생각만 바꾸면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특히 산에서는 부족한 것 투성이고 모자라는 것이 너무나 많다.어떻게 하든 변통을 해야 한다. (-120-)


문득, 임마누엘 칸트의 묘비명이 떠올랐다."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옴과 경건함을 주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위에서 항상 반짝이는 별을 보여주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나를 항상 지켜 주는 ㅂ마음속에 도덕률이다." "하늘엔 별, 내마음속엔 도덕률"로 요약되는 이 명언처럼 내 마음도 저 별과 같이 명징한 상태가 지속되기를 발원해 본다. (-167-)


인간의 고고함은 이럴 때 모두 무너지고 만다. 육체의 한계 지점에서 우리는 동물이 된다. 고등동물이라는 것이 참 어떤 것인지 헛갈리게 된다. 새똥은 하얗고 냄새가 없다.아니 어떤 식물이 ,어떤 동물이 인간처럼 그렇게 지독한 변을 보던가?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이유다. (-207-)


고치령에 도착했다. 어렴풋이 누각이 하나가 보인다. 산신각이다. 아담하고 예쁘다. 산과 주변 경관에 잘 어울린다. 바로 옆에 평평한 작은 마당이 있다. 거기에다가 텐트를 친다. 김창수 씨는 텐트도 치지 않고 처마 아래서 자겠다고 한다. 오늘은 어차피 산신령님과 함께 자야 할 모양이다. (-235-)


한 사람이 트럭을 세웠다. 수염은 덥수룩하고, 땀으로 얼룩진 옷을 입은 우리를 보고는 "참, 불쌍한 사람들! 인생 낙오자들이군!"이라고 했다. 술이 조금 되어 보인다. "막걸리라도 한잔 사 줘야겠군!"이라고 하더니 가버린다. 다시 올까 싶었는데 20여 분 후에 다시 왔다. 막걸리 네 병을 건네주고 간다. (-243-)


버리는 무청으로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것은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다. 지금까지 시레기는 개별 가정에서 자가 수요로만 활용되었다. 이런 패기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사업가들을 돕는 것이 남은 내 인생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261-)


묵계리 국유림 전역은 묵계리 송이 채취단이 강릉 국유림관리소와 대부 계약을 체결하여 공동 생산을 하게 되었으므로 채취단 외에는 출입을 통제하므로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강릉 국유림관리소 묵계리 채취단 (-309-)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가 나에게는 기정사실이 되었다.어제 윤석인 부소장은 모든 정치 세력이 힘을 합쳐 밀어주는 '꽃가마'는 없다고 했다.내 인생에서 일찍이 '꽃가마'는 없었다. (-325-)


9000번째 도서로 선택한 것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희망을 걷다>이다. 이 책을 일기 전 그에 대해서, 2019년 6월 7일 오후 8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것이 다였다.그분께서 허망하게 세상을 뜰 줄 알았다면, 2019년 그때 그를 더 자세히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하였던가, 사람이 들어오는 건 크게 인식하지 못해도, 막상 있던 이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그만큼 크다 하였다.그의 빈자리를 메꿔 줄 이는 후회하는 삶 속에 갇혀버린 우리 몫이 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바로 그래서다.저자의 마지막 직업,서울시 전체의 행정을 도모하는 서울시장이 되기 전, 2011년 보궐 선거에 출마직전에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였다. 선거에 임하는 그 자세, 자신이 그동안 미뤄왔던 것을 49일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비우고, 겸손하면서,자연의 이치에 다가서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고자 하였다. 지리산에서, 깊은 골짜기, 전쟁이 나도 알지 못하는 강원도 설악산까지 680여 km, 100만보를 건너가야 하는 그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석락희 산행대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섯 손가락이 함께 동행하였기에 외롭지 않았다. 이 책에는 그의 깊은 뜻,그가 무엇을 일구고 ,어떤 뜻을 품고 있었는지,서울 시장으로서, 시정에 대해서 , 알기 위해서, 나약한 정신부터 명징하게 바꿔야 했을 것이고,그는 스스로 49일간 백두대간에서 스스로 몸으로 터득했을 것이다. 소백산 죽령을 거쳐 국망봉,고치재,마구령을 지나가는 그 여정이 산쟁이 박원순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상상하게 된다. 그는 그 이후,서울시장이 되어  다시 소백산이 있는 곳 영주에 왔다. 그는 다시 소백산을 말하였고, 영주의 특징을 언급하였다. 그는 머리로 터득한 영주가 아닌 몸으로 터득한 영주를 말하였다.그리고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소백산에 대한 기억을 또렷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터득하고 ,체득한 것은 오래간다는 것을,겸손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몸으로 몸소 보여주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책이며,그가 비운 정신은 무엇이며, 채우고 온 정신은 무엇인지 하나 하나 주워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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