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놓아줘 - 디그니타스로 가는 4일간의 여정
에드워드 독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달의시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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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버지를 힐끗 바라봤다. 나는 허리를 뒤로 젖혀 그녀가 나와 아버지를 보고 우리가 별로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정신이 나가 이 여객선을 날려버리고 싶어 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차가 없어서 아주 오래되고 낡아 빠진 캠프용 밴을 타고 왔다. (-14-)



"해결책은 단 하나고 너도 그게 알잖아. 아버지지.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고문했고, 그 다음에 아버지는 그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질렀어. 아버지는 일어나서 그 고문실을 나가면서 문을 쾅 닫아버렸지." (-175-)


나는 랄프 형이 와인을 따르는 모습을 봤다. 혀의 옅은 파란색 눈은 지성과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혀이 과연 술과 담배를 끊는 날이 올지 그리고 그렇게 취할 대상이 없다면 형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갑자기 형도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더 천천히 , 혀은 마치 파우스트가 시계를 보는 것처럼 와인을 바라본다. (-326-)


형들은 어려서 그 모든 스트레스를 내면화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런단다. 루.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마 네 아버지는 형들에게 가끔 그런 인상을 줬을 거야.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데 아주 형편없거든....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아주 형편없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해야 햐. 우리가 네 아버지와 형들을 도와야 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랄프와 잭에게 아버지가 그들을 사랑하는 걸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야.. (-464-)


밖의 회색거리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일상적이었다. 햇빛이 맞은편 사무용 빌딩 창문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차들은 한쪽에 주차돼 있었다. 작은 사내아이 하나가 엄마와 같이 우리 옆을 휙 지나쳤다. 식료품이 든 봉지를 안은 남자 하나가 자신의 집 문 자물쇠를 열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걸어서 벤을 놔둔 곳 근처로 갔다. (-603-)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아버지,그리고 세 아들 잭과 랄프, 루가 있다. 루에게는 배다른 쌍둥이 형제이며, 백과 랄프는 루와 11살 차이가 난다. 루의 아버지의 과거의 전적은 세아이들이 용서하기 힘든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와 이혼하고, 이제 루게릭 병에 걸린 아버지에게 남은 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불치병에 걸려서,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아버지에게 세 아들이 선택한 것은 긴 여행이다. 그 여행에서 한 가족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속내를 말하고, 감춰 있었던 나만의 이야기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들의 여행은 아버지를 위한 여행이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 세 아들을 위한 여행이기도 하다.용서와 화해, 추억을 남기는 여행이다.


이 소설의 의미는 단순하다. 우리에게 후회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게 해 주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누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그 누구라는 대상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은 ,누구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 대상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강점을 해결할 수 없고, 내면의 모순을 풀어낼 수 없다. 바로 이 소설은 그걸 짚언매고 있다. 우리의 후회의 근원은 타인에게 있지만,그 타인이 사라지면,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다. 세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 원망에 대해서, 살아있을 때,여행을 통해 해갈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 좀더 가까워지고,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것이, 화해의 제스처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없는 이런 모습들이 이 소설 속에 채워져 있었으며, 내 삶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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