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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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배우고 있었던 덕분에 차분하게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지요. 몸도 못 움직이고 의식까지 잃게 되면 과연 살아갈 가치가 있을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병상에 계신 어머니 곁에서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_17-)


아들러 심리학은 '원인론'이 아니라 '목적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심리상담을 할 때 과거 얘기는 별로 묻지 않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 문제의 원인이라면 타임머신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테니까요.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힘든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든 간에 앞으로의 인생은 바꿀 수 있습니다. (-40-)


2019년 7월에 발생한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의 용의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 사건으로 서른 명 이상이 사망했기 때문에 일본이 형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를 치료한 의사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치료한 사람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화이지요. 하지만 의사에게 환자는  그가 누구든 같은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생명을 구해야 합니다.그렇게 목숨을 건진 사건 용의자는"지금까지 남에게 이렇게 친절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99-)


죽음은 이별입니다. 그것이 어떤 식이든지 헤어지는 것인 이상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오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대 남 앞에서는 조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슬프지 않아서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렇게 슬픔을 억눌렀던 탓에 10년이나 그 슬픔이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시선에 상관없이 눈물을 펑펑 쏟아냈더라면 그렇게 오래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러므로 억지로 슬프지 않은 척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161-)


죽음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삶이 있으면, 때가 오면 죽음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생각해왔다. 나이들어감, 늙어지는 것,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이 어느 순간 당연하지 않고,억울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열심히 일했는데,돌아오는 것은 빈털터리이다. 과거 어떤 날, 나의 애쓴 흔적들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보여지지 않는 나만의 자괴감, 내가 살아온 지난날이 헛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면, 내 삶의 의미조차 불분명해지고,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느꼈던 것은 삶의 행복을 찾아내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찾아내는 그 과정이었다.그것은 기시미이치로의 말을 통해 과거 구스타프 융, 프로이트와 함께 3대 심리학자였던 아들러의 심리학 연구를 통해서다. 


우리는 사실상 행복을 원했다.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행복에 있다. 그러나 그 행복과 동떨어진 감정과 생각,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철학은 내 삶을 해결해 주지 않짐반, 해결할 수 있는 어떤 힌트를 남겨 놓고 사라진다.이 책을 통해서 얻고자 하였던 것은 그런 것이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며,내 삶의 의미를 찾아낸 사람이 나의 가치를 이해하고, 행복의 조건을 얻을 수 있는 당연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실상 그런 것이다. 이 책에서는 살뫄 죽음에 대해서 아들러의 시선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그 죽음이 자연사이든,사고사이든 ,누군가 의도한 죽음이던지 상관없이, 죽음의 원인보다,죽음의 목적을 찾아내고 있다.아들러의 심리학은 죽음 그자체로 바라보고 있다. 즉 아들러의 심리학이 죽음에 대해서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원인론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할 수 없는 것, 해결할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잡게 된다.하지만 목적론은 원인론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나는 그대로 두고,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아들러 연구의 핵심이며, 인문학 탐구의 본질이다. 이 책 하나하나에 담겨진 메시지는 나의 행복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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