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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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환영받는 주제였으나 여행지가 문제였다. 파키스탄이나 훈자라는 이름은 메아리처첨 "왜?" 라는 빌문으로 되울려왔다. 기대와는 다른 반응이 쏟아졌다.'나 이슬람교에 귀의하려고 해'라든가,'그곳에 내 아이가 자라고 있어' 같은 선언을 한 것도 아닌데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토끼 눈을 했다. (-8-)


아버지의 체벌은 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시작되곤 했다.'저녁 식사 시간에 하교 후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해서, 수학여행 때 짧은 치마를 입은 사진을 아버지가 발견해서, 엄마가 잘못 세탁한 내 옷을 보고 짜증을 내서' 등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었다. (-38-)


목이 말라 몸을 일으키는데 후가 따라 움직였다. 그제야 깨어난 것 같았다. 생수병을 후에게 거넸지만, 후는 취기에 팔을 뻗기도 힘겨워했다. 입에 물을 머금었다. 누워 있는 후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후의 입술이 열리고 한 모금 물을 조금씩 흘려본앴다. 화한 풀 맛이 났다. (-110-)


화면에 띄워놓은 원고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이야기를 사랑하고 믿느냐가 자신의 세상을 결정한다,'
'하핫.하하핫." (-198-)


연하게 웃어 보이는 보라의 칭찬에 흐뭇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괜한 쑥스러움에 시선을 떨구는데, 갑작스레 보라가 볼에 입을 맞췄다. 달큼하고 따뜻한 향이 진동했다. 보라와 눈읖ㄹ 맞추고 ,이버엔 애가 입을 맞췄다. 눈을 감고 키스를 나눴다.우리의 대화만큼 ,조용하고 느린 입맞춤이었다. (-254-)


누군가가 외계인 게임을 하자고 한다. 단순히 하는 어떤 게임의 구성원은 다섯 사람이다. 28세 여성이자 중학교 국어 교사인 김설, 32세 여성이며 영상 번역가인 남하나, 40세 남성이자 소설가 최낙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어린 22세 여성, 대학생 전나은, 그리고 마지막 29살 남성이면서 여행자 오후이다.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대화를 속삭이고 있었다.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그 직업에 걸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편견과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들은 서로 내밀한 상처를 감추며 살아간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위로는 각자의 사랑의 속삼임이다. 다섯 사람은 각자 동떨어진 객체가 아닌 서로에게 의지하고,서로와 함께 다가가면서, 상처를 어루만지고, 사랑을 속삭이는 존재였다. 그들이 서로 외계인 게임이라는 것을 통해 서로 대화할 이유를 얻어내고, 만날 이유를 제시하고, 때로는 뒷담화를 하면서, 서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 어떤 선택과 결정이 나만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직업은 다르지만, 우리에게는 서로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 서로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서로 동떨어져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 작가 오은은 자신이 여러가지 모습과 가치관들을 다섯 주인공에 투영시켜 나가고 있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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