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자의 서재 -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위한 전공 외 독서
박정애 외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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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명칭은 '탐독사행 探讀思行',더듬고 탐색하여 읽을 책을 찾고, 그 책을 읽으면서 깊게 사유하고,이를 행동으로 옮겨 결실을 보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4-)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 처방전이 약제팀으로 넘어와서 조제하고 자동조제기로 포장, 검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20~30분이다. 처방 일수는 28~90일분이 대부분이며, 대기하는 환자수가 열 명, 스무 명으로 증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처방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쉬지 않고 날라온다. (-13-)


더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질병이나 노화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반대로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 이 모든 순간이 생물학적으로는 모두 똑같은 죽음이다. 죽음의 품격이나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 따위는 사후 타인들의 개인적인 평가일 뿐 생명체로써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죽은 당사자의 몸 속 세포는 죽음을 슬퍼하지도, 죽어가는 과정을 기억해 낼 수도 없다. 의지와 관계없이 몸의 모든 신진대사와 모든 기억이 멈춰버리는 과정이다. (-84-)


여기 노년 세대의 참혹함을 꿰뚫어 본 사상가의 책이 있다. 젊어서는 살육의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저항하며 살았고, 그 이후에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사색과 글쓱리에 몰두하면서 고독하고 치열한 삶을 살다간 작가,.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라는 책이다. (-157-)


우리 미술과 건축에 대한 그만의 심미안은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의 몸과 마음속에 배인 민족혼을 그 미술과 건축으로부터 부러일으킨다. 우리의 산들이 가진 부드러우면서 험하지 않은 모습과 성정을 가슴에 담고 , 슬프지도 않지만, 그리 복되지도 않은 순박한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 그 사람들이 바로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임을. (-196-)


책에는 여섯 작가와 여섯 직업군이 나오고 있다. 혈관신경생물학자, 치과약리학자, 암분자생물학자, 분리약리학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분자노화생물학자이며,이 여섯 저자는 생명과학자라 부르고 있었다. 삶과 죽음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고찰하고,내 삶을 반추한다는 것, 생명과학자에게 주어진 책무라 할 수 있다.한편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들이 왜 독서모임을 하게 된 건지 ,그 내막을 짐작하게 된다.


그건 그들 스스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해석하는 직업, 태어남과 늙어감이 그들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 인간의 목숨이 결정날 수 있는 직업군이다. 약사도 마찬가지이고, 생물학자도 마찬가지다. 그 하나하나 본다면,우리가 전문가라 부르는 이들의 전문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로, 그 전공에 무관한 인문학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시간의 태부족, 자신의 전공 문야만 파고들기에는 너무나 바쁜 일상들 속에서,스스로 살아남기위한 자국책이 독서모임이며, 함께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면서, 공감의 확대, 이해의 연속성 ,더 나아가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연결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책에는 나의 지역과 관련된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그리고 정도전이다. 불교의 총본산 부석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찰이며, 정도전은 조선의 기틀을 만든 책략가이다. 하지만 정도전의 경우,이방원에 의해 제거되고 말았다. 반가운 이야기, 친숙함이 느껴져서 한번 더 읽고,사유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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