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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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여행이다. 사람으로 태어남이 세상 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출발이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온갖 부대낌은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며 온갖 불편함에 숙달되는 그 과정과 다를 바 없다.'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듯 여행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끼는가' 하는 것 또한 자신에게 다려 있다. (-7-)


청산리대첩 유적지를 지난다. 1920년에 김좌진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맞아 6일간이나 치열하게 싸워 크게 쳐부순 곳이다. 싸움이 치열했던 만큼 침묵은 큰 것인지, 차가운 바람만 청산리 산등성이를 무심히 불어가고 있다. (-52-)


이튿날 아침, 구룡폭포 가는 길의 여행객이 남녀노소 모두 뒤섞여 줄을 잇는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봇물을 이루게 하는걸까. 물론 우리 같이 단순한 여행객들도 많지만,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살았던 시절을 북한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들의 목적은 금강산 오르는 데 있는 게 아닐게다. 고향이 있는 북한 땅을 밟아 보는 것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한 사람들일 터다. 실제로 산에 올라가다가 중도에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125-)


자연이 아무리 빼어나게 아름답다 해도 그 속에 사람사는 이야기가 없다면 박제된 미인을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동강은 아우라지에서 박제된 미인을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동강은 아우라지에서 서울까지 통나무를 뗏목으로 실어 나르던 뱃길의 길목이었기 때문에 그 유역은 사람 사는 이야기, 특히 떼꾼들의 질박한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어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동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목재를 어깨에 메고 나르던 목꾼이나 통나무를 실어 나르던 떼꾼들의 억센 삶이 마치 내가 그 시절 그 곳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고스란히 살아난다. 그리곤 어쩐지 가슴이 젖는다. (-155-)


국회의사당 북쪽으로 빅벤 이라는 높이 95미터의 시계탑이 있다. 종의 무게가 13톤에 달하는 데도 건축된 185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국제 표준시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고 한다. 종이 울리면 런던 전체에서 시간을 맞춘다고 할 정도다.
서울의 한강 다리가 28개인데, 서울보다 면적이 2.5배 더 큰 런던의 템스강 다리는 35개다. 그 중 런던의 상징으로 꼽히는 다리가 있으니 바로 타워브리지다. (-213-)


양탄자를 하나 사면 품질보증서가 따른다. 재료, 짠 사람 이름, 디자인 제목, 크기, 일련번호, 매듭수 그리고 100퍼센트 수공업이라는 것까지 들어 있다. 양탄자를 짜는 여인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짜서 숙달이 된 사람들이라는데, 양탄자 하나 짜는 데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262-)


전시장과 공연장이 중심이고 민간 기업이 투자한 쇼핑몰도 있고 디자인도 있다. 공방과 호텔도 있고 카페와 음식점도 있다. 그러니까 현대식 건물과 폐공장을 그대로 살린 허름한 건물이 병존한다. (-316-)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길이 막혔다. 아니 정확히는 해외여행이 막힌 셈이다. 할 수 없고, 갈 수 없고, 지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여행의 직접 만족에서 여행의 간접 만족으로 나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으며, 코로나 19가 많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리느 지금 힘든 파고의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으며,지금 이순간 힘들어도,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거기에 맞는 웃음과 삶을 기억할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의 참 의미,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통창이다. 즉 나의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보고 듣고,즐기는 가운데,나의 욕구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서다. 여행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여행을 통해 사람을 보고, 사람을 통해 내삶을,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내가 생각한 여행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재세팅하게 된다.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본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그리워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여행은 익숙한 나의 시간과 장소에 대해, 낯설게 바라보게 해 주고, 그 안에서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을 향유하게 된다. 즉 나에 대해서 알아가면,나의 삶의 나침반이 바뀔 수 있다. 여행에 있어서, 여행의 목적을 북쪽에 두고 가지만,그것이 북쪽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길이 없다. 그 기준이 명확하고, 정확할 때, 우리는 원하는 방향과 좌표를 얻게 된다. 여행이란 이 기준와 좌표를 만드는 원칙이 되며,내 삶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이 있다.바로 북한이다. 외국인은 북한을 갈 수 있지만, 같은 동포는 북한을 갈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1945년 광복 이후, 1948년 남한 단독 정부 수립 후, 어느덧 70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북한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백두산을 여행하고, 금강산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곳을 갈 수 없는 갈증 때문이다. 그 여행의 즐거움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족되며, 직접 본다면,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 여행이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내 삶에 대해 들여다 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여행,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 내 삶은 알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유럽 연합 준회원국 ,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깝고, 법과 제도적으로는 유럽에 가까운 나라 터키에서 보았던 양탄자, 누군가 숙련된 장인의 기술로 2~3년간 짯던 그 양탄자는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가치와 기준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여행의 참 목적이며,우리는 여행을 통해 ,나의 삶에 대해 다시 들여다 보며, 여행의 즐거움과 여행에서 얻는 삶의 의미, 더나아가 여행을 통한 지혜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여해은 보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여행에는 사람이 없다. 장소에 사람이 빠져 있으면서, 보기에는 좋은 여해이지만, 여행 이후의 깊은 여운이 사라지게 된다. 여행을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그것이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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