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걸 인 더 다크 - 어느 날 갑자기 빛을 못 보게 된 여자의 회고록
애나 린지 지음, 허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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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녘에 숙소로 돌아오자 얼굴이 불타오르는 가운데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울부짖었다.비좁은 더블 침대 위에서 피트가 나를 품에 안았다. 나는 소리쳤다.
"아아, 세상에! 이젠 끝장이야. 햇빛 때문인가봐.그것밖에 없잖아." (-42-)


나는 어둠 속에서 할 만한 새로운 일이 없을까 항상 생각했다. 텅 빈 어둠 속에서 시간을 채울 무너가를 간절히 원하는 내 마음은, 혹시라도 쓸 만한 게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경험의 밭을 이리저리 파보고, 내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일을 뒤적이곤 했다. (-92-)


"계속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중이야."
나는 망설임 없이 발해 주었다.
"무슨말인지 알아. 나도 자살을 생각해. 하지만 정말 그러면 안 돼. 그건 내 편을 실망시키는 일이야." (-147-)


또한 식물은 나 자신 이외에 나의 정기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고 돌봐야 하는 대상 , 즉 건강을 걱정할 대상이 되어 주고 애완동물이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이들을 키울 때처럼 누군가한테 칭찬을 맏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190-)


며칠 뒤, 피트가 컴퓨터로 손 본 사진을 출력해서 나에게 보여 주었다. 사진 속의 우리는 부드러운 회색과 초록색 황혼 속에 갇혀 있었다.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고 부츠를 신은 내가 모자 챙 아래에서 창백하고 굳은 얼굴로 바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253-)


비가 오면 우리는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간다. 특별히 여러가지 준비물을 챙기지 않는다. 어떤 시나리오도 만들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즉흥적으로 결정한다.하지만 작가 애나 리지에겐 그 기본이 허용되지 않는다. 밖에 나갈 때, 모든 것을 꽁꽁 무장하고, 빛이 들어오는 것을 완전하게 차단해야 한다. 즉 자신의 몸을 빛이 차단한 상태, 온전히 빛에 피부가 밀봉된 채 움직여야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소위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물건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조차 저자에게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세상과 연결된 것은 오로지 빛과 무관한 라디오와 하늘 위에 떠 있는 별들 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 이 책을 보면 파악할 수 있다. 어쩌다가 외출하고 돌아와서 온몸이 후끈거리고,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견딜수 없었다. 지나면 괜찮을 거라는 건 스스로에게 허용되지 않았고, 자신을 집에서 가장 음침한 곳에 가두어 버리고 말았다.연인이었던 피트와 사랑을 속삭이는 그 순간에도 빛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 곳,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광전에 예민한 상태,그 고통이 담겨진 것이 애나 린지의 <걸 인더 다크>이다. 여성에게 최고의 순간이었던 결혼조차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했고,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져야 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가 얼마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도록 생각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빛에 둘러쌓여 있는 인간의 삶,그것이 사라질 때, 느끼는 절망과 자괴감은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암담함과 아득함이 있다.그 과정을 스스로 견뎌내야 하고, 감내해야 하는 저자의 삶이 아픔을 속삭이게 하는 이유였으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애나 린지의 삶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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