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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평점 :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없는가?'
좌선하면서 오로지 이 화두만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무릎과 허리가 아프거나 배가 당기고 다리가 저리면 관두기를 반복했다. 한 달이 지나자 쑤시고 아팠던 몸이 정사으로 돌아오고 청색증에 걸린 것처럼 새파랗던 다리에도 혈이 돌기 시작했다. (-42-)
성철이 금어선원에 들어 하안거 결제를 한 것은 1936년 음력 4월 15일이었다. 하안거에 든 수좌는 사십여 명이었다.신청자가 많았으나 선바이 모두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나마 성철이 구석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동산 스님 덕분이었다. 인근 수행하는 비구니 스님이 수십 명이나 된다고 했다. (-117-)
"교는 다리가 되고 선이 손이 될 때 불성은 꽃처럼 피어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교는 선과 하나가 되어야 드디어 부처님의 마음이 된다는 말은 증명된다. 내가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선에 다가가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가 익으면 저절로 내게 와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182-)
본래 나는 깨어있지만 나를 어둡게 하는 것, 나를 조작하는 것,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들로 인해 나를 모르고 있다면 금강석 같은 단단한 불성을 보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생이되 부처, 부처이되 중생 그 자체를 깨달으라는 동산 스님의 일침이었다. (-234-)
1912년에 태어나 1993년에 열반에 들게 된다. 그 당시 성철 스님의 소식은 MBC 메인뉴스를 통해 속보로 흘러 익히 알게 되었으며, 성철 스님의 어록과 저서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던 시기였다. 그 성철 스님의 속명은 이영주였다. 동양고전을 닥치는 데로 읽고, 탐닉하였으며, 책을 좋아하는 책귀신이었고, 세상을 탐구하기를 즐겨 하였다. 불합리한 세상에 대해, 인간의 삶과 본성을 고찰하였으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사서 읽었지만, 자신이 의도하고 있었던 걸 스스로 해갈하지 못하였다.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고 싶었던 이영주는 불교를 통해, 단전과 참선을 통해, 자신의 심신 수양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반야심경과 증도가의 구절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에 깊이 빠져들었다.
성철 스님, 그의 삶과 그의 업적, 그리고 지눌 스님의 돈오점수를 비판하면서, 성철은 돈오돈수를 설파하게 된다. 이 두가지는 부처님의 말씀 속에서, 깨달음과 깨우침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성철스님이 내세운 불교적 교리이며, 그가 남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와 일치하고 있었다. 자신의 업에 대해서, 자신의 삶 속에서 부처를 찾았고, 생활과 불교를 일치하였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성철스님이 추구하였던 불교적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었으며, 어떤 문제이든지 불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걸, 구도자의 자세로 이할 때, 부처님의 깨우침에 인간에게 다다를 수 있다는 걸 성철 스님은 지속적인 참선을 강조하며, 인간의 나약함을 경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