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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하이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6
탁경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평점 :
가까운 곳에 모이는 러닝 크루를 검색했다. 그게 러닝하이였다. 주말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모여 달린 다음 쿨하게 헤어지는 점이 좋았다.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했다. 사람들과 함께 달릴 때 더 제대로 달리고 싶어 모임이 없는 주말마다 가까운 공원을 홀로 닿렸다. (-14-)
밖이 소란스럽다. 오빨가 들어온 모양이다. 잠 시 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오빠가 들어왔다.
"대통령보다 더 바쁘신 서하빈 씨,웬일로 집에 다 계십니까?"
능글맞은 말투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일부러 새치름한 표정을 지었다. (-40-)
그녀가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신 사람처럼 추임새를 넣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준휘 오빠의 상녕한 목소리를 좀 더 듣고 싶은데 눈치 없이 자꾸 그녀가 끼어들었다. (-110-)
무작정 고원을 거닐었다. 하염없이 걷다가 다리가 아파 벤치에 주저앉았다. 무심히 내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마라보고 있는데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커다란 코와 쌍커풀이 없는 눈, 작은 입술과 귀까지.빼다 박은 듯 날 닮은 여자가 내 앞을 지나쳤다. (-114-)
"저 민희 친구예요."
현관문이 열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민희 엄마가 나타났다. 민희의 커다란 눈동자는 엄마를 닮은 거구나. 놀라움을 금방 거두고 민희 엄마는 반갑게 나를 맞았다. 민희 방에 자연스럽게 나를 떠밀더니 음료수와 과일을 한 아름 안고 들어왔다.
"민희한테 이렇게 멋진 친구가 있는 줄 몰랐네. 이름이 뭐라고?"
"하빈이에요." (-151-)
소설 <러닝 하이>는 나의 학창 시절을 느끼게 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주인공 서하빈, 그리고 하빈의 친구 권민희, 둘은 러닝크루 러닝 하이에서 만난 사이였고, 조깅과 운동을 하면서, 친해지게 된다. 하빈과 민희는 5KM 남짓 조깅를 통해 달리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두 아이의 내면 속 고민과 걱정 ,불안,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었다.하빈은 입양된 아이였고, 오바가 있다. 그래서 하빈은 잫신의 진짜 부모가 누군지 모른채 , 내면에서 채워지지 않은 물음을 되세김하게 된다.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과 대답, 상처받고 싶지 않은 하빈의 내면이 드러나는 청소년 소설이다.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민희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점점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은 민희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무관심한 부모님 밑에서 민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약한 어린 청소년이다. 민희는 우연히 보게 된 하빈의 모습을 , 하빈의 긍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자신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서, 민희와 하빈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소설 <러닝하이>를 읽게 된 이유는 이 소설이 달리기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다. 나도 하빈처럼, 민희처럼 , 고딩 때, 혼자 조깅을 즐긴 적이 있다. 지금처럼 동호회가 있고, 조깅을 할 수 있는 공원이나 조깅 산책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고딩 때, 학교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지 않고, 가방을 메고 ,그대로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거고,나 스스로 한 자의적인 나만의 운동, 달리기를 즐겼던 것이기에 , 소설 이야기가 남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마라톤을 수십차례 완주한 경험을 갔고 있다. 다만 탁경은 작가는 달리기, 러닝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여, 소설의 전개가 실제 운동하는 이들이 공감하기에는 묘사가 강하고, 감성적이었다. 그리고 책 제목을 러닝하이가 아닌 러너스 하이로 바꾸면 어떨까 , 그 생각을 순간 하게 된다. '러너스 하이' 란 달릴 때 ,느끼는 충만한 감정, 무심과 몰입,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이며,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이 느끼는 긍정적인 기분이자 감정이다. 실제 마라토너가 38키로미터 지점에서 느끼는 것이 러너스 하이다. 뛰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 감정이 러너스 하이였고, 마라톤, 달리기를 즐기는 이유다.탁경은 작가는 청소년의 내면을 달리기 하는 이유, 달리기의 목적과 연결하는 것이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