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자유에게 묻다 -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난 3762일의 기록
임사라 지음 / 누림과이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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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긋지긋한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나에게 벗듯한 내 집이 생겼고 한동안은 생활비 걱정도 없으며 죽는 날까지 자유가 보장되었는데도 왜 나는 이토록 견디기가 힘든 걸까.
그것은, 나 혼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11-)


우리는 환하게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도로를 뛰듯이 걸었다. 한참을 걸어 한쪽 브로커한테 넘겨져 차를 탔다. 한족 기사가 모는 다른 차로 옮겨 탔다. 브로커가 다른 브로커에게 우리를 넘긴 것이었다. 그 차로 꼬박 15시간을 이동했다. (-42-)


우리는 겨울 날씨에 꽁꽁 언 똥을 미리 만들어놓은 커다란 가방에 담아 날랐다. 가방이 비어있을 때는 그 안에다 횡재한 감자를 넣어 다녔다. 그 큰 가방 말고도 장갑 같은 물품을 넣어 다니는 작은 천 주머니도 유용했다. 특히 새싹이나 쑥도 자취를 감춘 이른 봄에는 몸검신이 비교적 허술해서 그때 노다지 감자알을 가방에 숨겨서 감방 안으로 가져오곤 했다. (-103-)


출소 이후의 삶은 심적으로는 고군분투했고 경제적으로는 빠듯했지만, 하나님은 항상 나와 함께 계셨고 순간순간 어려운 상황을 해쳐 나갈 용기와 지혜를주셨다. 일본에 가서 간증할 때 '북한을 사랑하고 용서하십니까?' 하는 질문을 받는다. 그것은 나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깊이 내 마음을 울리는 질문이다. 나는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며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그곳을 무조건 욕하고 싶지는 않다. (-161-)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많은 분이 좋게 보셔서 부천 지역 청소년 진로직업 체험 강사호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학생들에게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다양한 자활기업에 대해 알려주고 진로 직업 체험활동을 지도하는 일이었다. 나는 학생들을 봄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 아들 생각이 나서 그런지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가르쳤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매번 오는 아이들도 나를 좋아했다. (-202-)


자유를 당연하게 누리고 받아들이면서, 자유를 생각한 사람은 자유가 상실된 기 시간과 상황,조건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히 애써서 자유를 쟁취하지 못해서다. 그건 나 또한 그 범주, 기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유는 태어나서 얻었고, 누렸고, 당연하였고,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기 위한 노력조차 무가치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유를 잃어버린 저자의 삶에 대해 단편하게 느끼고,이해하고, 지식을 얻는데 한계가 있다.하지만, 북한 청진의 막내딸인 저자가 한국에서 겪어야 하는 경험들을 보면, 자유를 얻었지만, 그리움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된다.즉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자꾸만 느끼게 되면, 슬퍼하고, 무기력해지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이 되고, 치유가 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유를 얻어서 ,내 안의 울타리가 사라진다면, 자유가 어떻게 와닿게 되는지 고민할 수 있다.


이 책은 신앙일기이며, 탈북일기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고난의 행군에 대해서, 탈북하게 된 기간과 그 안에서 나 스스로 놓치고 있는 저자의 경험들을 주섬주섬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되 ,죽지 않기 위해서,생존하기 위해 타협하는 그 순간, 인간이 만든 수많은 제도와 원칙과 문화들이 무가치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이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돈을 내 몸에 감추기 위해서, 죽음의 사선을 넘게 되고, 자신이 머무는 곳, 머물러 있었던 곳 ,곳곳에 꽁꽁 감춰나가니는 신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자유가 상실된 공간에서 먹는 쥐고기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맛과 향기다. 우리는 구토하게 되는 그 고기를 달콤하다고 말하느 저자의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한다.그 안에서 우리는 또다른 낯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혼자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왔던 그 지난 날들, 북한에 아른 아른거리는 가족들이 있다.중국으로 넘어오면서, 거기서 살기 위해서 체득한 남한 말이 북한에 다시 붙들리면서, 괴물로 부리는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 다시 남한으로 탈북하게 되는 이유였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서, 브로커에게 줘야 하는 돈,그리고 스스로 벗어나고자 하는 삶에 대한 애착들,그것이 모여서,자신의 삶이 되었고, 그 안에서 보여지지 않는 내 안의 울부짖음이기도 하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 통일이후 우리가 달라져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감사와 위로의 메시지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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