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서울셀렉션 시인선 1
류미야 지음 / 서울셀렉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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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드디어
아니 여전히 봄이다.

작년 그 봄이 돌아온 것인지.
잠시 숨었던 모습을 드러낸 건지 모르지만
오늘의 꽃을 피워 올리는 그가 반갑기만 하다.

사랑할 만한 것들은
언제나 곁에 있고, 있었다.
우리가 늘 잊고 또 잊었을 뿐.

한 줌 생의 순간들이
훗날의 온 생을 흔드는 그리움이 된다.

사무치게 살자.

살자. 2021 3월
류미야 (-5-)


두통약을 먹으며

우리 엄마 가시고 유품 정리하는데요.
다 낡은 손지갑서 알이 쏟아졌어요.
분홍빛 눈물 모양의 
지끈거리는 알들

다른 것 다 보내도 그 알들 못 버렸어요.
먼데 날아가버진 어린 날개를 그리며
끓이고 품은 그 가슴 지울 수 없었어요.

불 꺼진 
지갑에서
재봉틀 소리
들려요.

생의 바퀴를 굴려
밥내 짓던 어머니.

아직도 저린 이마에
걱정 맺으시나 봐요. (-25-)


맹목

세상 가장 앞 뒤 없이 아름다운 말 있다면
눈앞 캄캄해지는 바로 이 말 아닐까
해와 달 눈부심 앞에 그만 눈이 멀듯이


큰 기쁨 깊은 사랑 크나큰 마음으로
아무것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눈멀어 , 아주 한마디로 끝내주는 이 말. (-51-)


양말

보무도 당당하게 전장으로 나아가

하루의 바닥을 기다 녹초로 돌아온다.

뒤집고 뒤집었지만

혁명은 어려웠다. (-63-)


물구나무서기

절벽을 오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스스로 문이 되어

칼바람도 들이는

한그루 푸른 나무로

발춤 추며,

날아오르며, (-64-)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견디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지난 날들은 견뎌야 하고, 그 안에서 내 삶을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생기고,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고독과 외로움에 사무쳐 울게 된다. 아파서, 이해할 수 없어서, 사소한 것에 천착하게 되고, 내 삶을 흔들게 되는 기본 바탕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나엑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말, 아름다운 언어를 골라낼 줄 아닌 사소한 재주이다. 시를 통해서, 문학을 향기를 얻게 되고, 그 안에서 내 삶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울타리가 사라진 나에게 시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채워준다. 살아가고 싶어서, 살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기준을 만들 줄 아는 삶의 지혜였다. 때로는 버틸 줄 알고, 비바람에 자신의 약한 부분을 내놓을 줄 아는 것, 물구나무 서기를 할 수 없어도, 물구나무 서기가 되기 위해 아둥바둥 할 필요가 있다. 후회의 잔향은 포기하는데서 시작하고, 선을 긋는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아파하고, 더 슬퍼하고, 더 힘들 때가 있다.때로는 그래서 서글프고, 허공에 매달려 결핍과 열등감에 지쳐갈 때가 있다.


시를 가까이하고, 시를 읽게 되는 건 시어가 자극적이지 않아서다. 언어의 소음은 시를 통해 정제되어 지고, 언어는 자극에서 벗어난다. 언어의 절제미는 시를 통해 채워지게 된다. 시는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할 거라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아프지만, 아파하지 않도록 하는 것, 슬프지만, 슬픔을 감내하는 것,그것이 시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무언의 뜻이며, 내 안의 결핍을 인전하는 하나의 요식행위이다. 그래도 필요하다. 언어가 필요하고, 비록 내가 만든 개념은 아니지만, 그 개념을 받아들여서 ,나는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시간을 벌게 된다. 나를 위해 살아가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꺼낼 수 있는 것, 그 안에서 내가 모르는 것을 까낼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위로를 느끼게 된다.시집 <아름다운 것들은 왜>에서 느껴진 것은 죽음과 그리움이다. 죽음은 소중한 것을 앗아간다. 그리고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갔다. 사소한 것ㅎ들 ,사소한 시간들, 버려도 아까울 게 없던 것들이, 죽음 이후, 그것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집착과 결핍을 느끼며 살아갈 때가 있다. 시인은 바로 그런 우리의 내면 속 약한 것을 시를 통해서, 시어를 통해 투영하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되, 솔직하고, 치유와 위로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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