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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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거칠고 퉁명스럽게 말을 했고 별일 아닌 걸로 일하는 사람들을 호되게 꾸짖었어요. 제 얼굴을 흘긋 노려보기도 했고 잔소리는 안 했지만 매우 까닯게 굴었어요. 지금의 부드러운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사납고 밉살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사람 곁에 저마다 골이 잔뜩 나서 버티고 있었으니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43-)


"동생들한테 좀 잘해 주면 안 되겠니? 넌 왜 그 모양이니."
나는 부모님한테 이런 핀잔을 자주 듣곤 했다.
실제로 나는 동생들에게 상당히 퉁명스러웠다. 우리 집에서 동생들을 우린 건 항상 나였고 손지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랬으니 부모님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고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 말고 어떻게 동생들을 대해야 할지 잘 몰랐다. (-93-)


기다렸더니
마침내 피었구나
복숭아 꽃은
희다고들 하는데
꽃은 붉기만 하네. 

요즘 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 잘 될 겁니다. 내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156-)


실망한 기스케는 검은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풀 이삭이 조용히 흔들렸고 바람이 세게 불면 무슨 신호라도 하듯 주변의 풀들이 "아 왔다, 왔어." 하면서 몸을 숙여 피했습니다. (-221-)


일본 작가 히구치 이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지이 모토지로, 나카지마 아쓰시,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가 책에 나오고 있었다. 여섯 일본 작가 들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와 미야자와 겐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인간실력으로 압축되고 있었으며, 전후 세대의 일본의 모습을 면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높은 문학이다. 미와자와 겐지의 경우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소설 ,<은하철도의 밤>이 남아 있었다. 실존주의의 대표주자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결정을 손에 뒤고 있었던 일본 사회에서의 일본인의 또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이 책에 수록되고 있었다. 그리고 미와자야 겐지의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의 생각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으며, 그 안에 내밀한 자아를 엿볼 수 있다. <은하철도의 밤>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들을 탐색하게 되는 이 책에 소개되는 열두 편의 작품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의 일본사회의 모습,인간의 보편적인 보편성을 이해랄 수 있고, 스스로 소설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그 중에서 <일본 문학 컬렉션>의 첫 주자인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문학이란 나이에 따라서 성숙되기 보다, 반짝 빛나는 초신성처럼, 하나의 문학을 남겨 놓는 이들이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바꿔 놓는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같은 시대에 일본의 모습과 한국의 모습을 상호비교하게 되면, 우리가 일본에게 열등감을 느낄 정도로 일본은 고도로 발달한 나라였으며,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실패한다는 건 꿈에서나 가능했으리라 상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그들이 원자폭탄 두개로 벡기를 선언한 것은 충경이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지금 우리 한국인이 느끼는 고민과 걱정, 불안과 두려움 공포와 실존에 대해서,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짧은 생으로 마감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멈추지 말고 반복해서 일거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일본문학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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