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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법의학 업무를 담당하는 법의학 팀은 다양한 전문가들로 채워지며, 관련 기관의 인도적 구호 작업에 협조한다. 이때 법의학 팀에는 법의병리학 의사, 법의인류학자, 법치의학자, 생물학자 등이 참여해 정밀한 과학적 검증으로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같은 시각, 경찰은 지문 감식과 여권 같은 문서를 감정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21-)
우리는 뼈 검사를 통해 성냥 제조가 한때 얼마나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1906년이 되어서야 황린을 성냥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청소년의 유골은 원시병리학으로 인의 독성을 증명한 첫 번째 사례였다. 나는 고고학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관련 사례를 더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58-)
2014년에 한국에서 있었던 세월호 참사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는 남해에서 침몰하여 탑승객 304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조난자 다섯 명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찾이 못하고 있다. 2014년 11월,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거행했다. 유해 수색 팀은 그 주에 유골을 추가로 발견했지만 그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가 2017년에 적발되었다. (-90-)
시체를 가리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공기에 노출되면 매장되거나 방부처리되었을 때보다 2~4배 정도 빠르게 부패한다. 부패 속도는 공기와 접촉한 정도나 기온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시체가 공기에 노출된 경우에는 새나 파리가 시체에 접촉하여 분해가 훨씬 빨라진다. (_151-)
해부학은 단순히 인체 구조만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삶과 죽음, 인간의 본질, 이타주의, 존중과 존엄 등 철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해부학은 수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해부학을 배우는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해부학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은 그 마음을 후대에 전해둘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인체 구조의 오묘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174-)
1991년 3월 26일 대구성서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우철원, 조호연, 김영규, 박찬인, 김종식 이렇게 다섯 아이가 실종되었고, 방송사를 통해 아이들의 실존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미궁에 빠진 아이들의 실종 사건은 2002년 9월 26일 4구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타살인지 원인조차 모른 채 실종사건은 종식되었다. 그 당시 사건의 키포인트, 법의학자가 동원되었지만, 범인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 당시 우리 사회에서 법의학자가 전면에 등장하였고, 1991년 당시 사건 초기의 사건 정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시해왔다. 개구리 사건 뿐 아니라, 삼품 백화점 사건, 대구지화철 화재 사건, 세월호 참사 와 같은 인재와 재남이 발생할 때, 투입되는 이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법의학자와 법의인류학자들이다. 그들은 죽은 이의 흔적들 속에 서 죽음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풀어 나가고 있으며, 남아있는 뼈와 그 뼈 안에 숨어있는 죽음의 원인을 캐치해 내, 죽은 이의 원혼을 풀어 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다. 저자가 제목을 <뼈의 방>이라 붙인 것은 뼈 안에는 살아있는 누군가가 죽기 직전까지 남겨놓은 죽음의 흔적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뼈는 치아와 함께 질기기 때문에, 죽은이의 죽음 원인을 찾아내는 주요 요소가 되며, 수천년 전 집단 죽음의 흔적조차 찾아낼 수 있으며, 고고학,인류학, 역사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신을 통해 시대와 문화,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체의 부패과정을 알고, 그 속도와 패턴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 뼈를 이해하면,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대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 법과 제도의 미비법, 어린 소년들이 죽음을 당한 이유조차도 법의학자에 대해 알아낼 수 있으며, 인에 중독된 시신들, 인과 비소의 유해성을 찾아내고, 법과 제도를 바꾸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즉 법의학자, 법의 인류학자는 죽음의 원인를 밝혀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불합리함과 불리함을 얻어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에 대해, 죽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게 되고, 재난이나 대향사고가 터질 때면,법의병리학자, 법의인류학자, 법리학자가 투입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