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남자 - 머무르지 않은 인연들이 남긴 유의미한 것들
이도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습할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샤워를 마친 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오는데, 로비에 그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물 밖에서 그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수겨을 벗고 자세히 보니 이목구비마저 구더더기 없이 적당한 외모였다. 객관적으로는 그러했다. 하지만 자꾸 남자의 발 뒤꿈치에 있던 군더더기들이 생각나 허겁지겁 그를 지나쳐 나왔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오롯이 강습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으로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18-)


그 친구가 저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나날들이 계속되다가 저는 곧 지쳐버렸고 , 전혀 가망 없어 보이는 짝사랑르 혼자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친구를 빠리 잊을 겸, 아니 아마 홧김에 지인에게 소개팅을 받기로 했습니다. (-62-)


나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짝사랑을 오래하지 못하는 축에 속했다. 눈치는 또 더럽게 빨라 대부분의 짝사랑은 시작부터 가망이 없을 거라는 촉이 왔으므로, 열렬히 짝사랑 항ㄴ 후 어서 ㅃ짤리 고백의 종착역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고백의 후련함 내지는 '잘했어, 할 만큼 한 거야' 라며 스스로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릴 때의 대견함에 중독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나의 고백을 받는 상대의 부담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좀 미안한 것 같기도 하니 적지 않은 피해자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69-)


인간은 때때로 사심 없는 호의적 태도가 가능하기도 한데 나에겐 그 때가 지금인 것 같다. 그가 진짜 그 사람과 결혼할 줄 몰랐는데 , 나에게 이런 마음 상태가 가능한 날이 올 줄도 전혀 몰랐다. 이런 날도 기어이 오는구나.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다 예기치 못한 때에 나를 성장하게 한다. 눈치 채셨나? 맞다. 이런 내가 좀 대견하고 기특해서 칭찬해 부고 싶은 거, 오늘 나는 이렇게 인생 레벨 성숙도 +1 을 획득했다. (-104-)


"잠만 자는 거 어려운 거 아냐.대신 나만의 룰이 있어. 나는 같은 걸 원하는 사람만 떠봐.나는 아닌데, 조금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거나 진지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접어. 나중에 피곤해지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할 짓은 아니잖아?" (-147-)


나는 여태껏 스스로를 예의바르고 매너 좋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왔던 내가 이렇게 직접적인 질책을 받고 나니 도무지 용납할 수 없던 것이 컸다. 나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다. 스스로를 충분히 의식있고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과대평가한 오만함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비록 어떤 편견이나 악의를 갖고 한 얘기는 아닐지라도 그의 기준에서는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으니까. 좀 더 조심하지 못한, 좀 더 예민하지 못한. 좀 더 편하지 말았어야 했던 내 언행의 문제였다. (-167-)


그와 그렇게 주말 약속을 잡고는 헤어졌다. 이 만남이 또 어디로 흐러갈지는 모르겠으나, 연이 닿는다면 곁에 머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스쳐 지나가겠지. (-228-)


우리의 삶에는 만남이 있고, 이별이 있다. 인연이 있고, 악연도 있다. 사람의 삶은 이렇게 양분되어 졌고, 그 안에서,그 테두리 안에 우리는 살아간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인데 반해 , 30년 전 과거에 비해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순간 순간 사람에 대한 평가에 신경써야 하고, 말에 대한 조심스러움도 필요하다. 태도와 자세 하나 흐트러짐으로서, 건널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때도 있다. 친근함이 부담스러움으로 찾아오는 것은 단 한순간의 선택에 좌우된다. 이런 삶은 결국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사랑도 연애도 어렵게 느껴지는 잉뉴는 그래서다. 책 <이 달의 남자>를 쓴 작가 이도나 씨도 마찬가지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살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선과 경계를 넘지 않는 소소한 팁이다.


저자는 여자이다. 그리고 금사빠이며, 사랑과 연애, 그리고 남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눈치가 빠르고, 직감이 발달해 있다.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보편성을 띄고 있으며, 삶에 대한 후회와 근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착각 속에 바져들 때도 있고, 때로는 자신이 오판에 의해 ,머리를 쥐어뜯는 경우도 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우리가 이런 부류의 여성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남자에 관심을 가지고,매력있는 남자에게 홀릭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매력을 찾아낸다. 귀신같은 눈치를 가지고 있는 저자의 흠이라면, 금방 빠지고, 금방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즉 물과 불 사이에 오가면서,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다하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즉 눈치가 없는 남성이라면, 저자와 같은 스타일의 여성은 상당히 피곤할 수 있고, 히든 삶을 견뎌야 할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저자의 여러가지 말과 선택, 판단과 결정들이다. 그 안에서 한사람의 심리가 담겨져 있으며, 그 심리를 꿰뚫는 사람은 이성을 사귈 때, 서로의 금을 밟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그리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