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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나는 그를 ,베니에크를 거의 평생 앒고 지냈다, 그는 우리 집에서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집에 살았는데, 브로츠와프의 우리 동네는 굽이진 골목길과 삼 층짜리 빌라 건물들이 놓여 공중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상징인 거대한 독수리 형상을 이루었다. (-13-)
벨카에게 주목하고 있던 너를, 나는 잠시 나 자신을 잊고 무방비한 상태로 눈에 담았다. 그러자 마치 직감적으로 제게 내려앉는 시선을 불현듯 의식한 동물처럼 너는 내게 고개를 돌렸고, 이에 내가 미처 눈길을 피할 겨를도 없이 우리의 시선을 만나며 무한하고도 가없는 일순간 공중에서 얽혀 들었다. (-41-)
내 몸이 네 쪽으로 움직였고, 너는 나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덩달라 잠잠해졌다. 양팔을 양옆으로 쭉 뻗은 너는 도약하다 공중에서 멈춘 발레 무용수 같았다. 수면 아래 모종의 온기가 매속에서 요동쳤다. 계속 다가가자 네 이마와 코끝과 입가에 맺힌 물방울까지 보였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96-)
"외신 기자들이 추방당했음에도 저희 보도국에서는 폴란드 국군이 일파만파 퍼지는 시위대를 진압할 목적으로 포란드 주요 도시 다섯 곳에 탱크와 수천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는 증거를 확보햤습니다. 이러한 행보에 관하여 전문가들은 폴란드 정부 측에서 자국 내 위기를 소련 정부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해결함으로써 폭력 사태가 국외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애놓고 있습니다.이러한 폴란드 정부의 의향에도 폴란드에 주둔 주인 소련군은 출정 대기 상태입니다." (-158-)
이윽고 도착한 디저트는 , 초콜릿 소스를 곁들인 아이스크림 위에 휘핑 크림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태산처럼 올라간 채 나팔 모양의 꽃처럼 생긴 길쭉한 유리잔에 내어졌다. 맛있었다. 나는 다시 어린애가 된 기분, 그것도 이번에는 소망하느 바가 언제나 이루어졌던 행복한 아이로 거듭난 기분이었다. 창문 저편으로는 밤이 깔려 있었고, 어둑한 형상들이 의기소침한 얼굴과 텅빈 가방과 추측건대 텅 빈 재 속으로 길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눈을 돌리지 않았다.창유리 너머 이쪽은 너무도 좋았으니까.너무도 따스하고, 너무도 포근했으니까. (-219-)
소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1980년대, 독일,폴란드, 구소련의 냉전체제를 시대적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한 편의 소설이며,한국사회에서 21세기에도 여전히 금기시되다 시 한 동성애,.게이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루드비크와 야누시, 그리고 베니에크 , 이 세사람의 묘한 관계는 독일의 폴란드 억압속에서 만들어진 불안과 두려움 속에 내제되어 있다. 즉 폴란드가 처해진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릴 적 동무였던 루드비크와 베니에크의 삶에는 사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시작점부터 차곡차곡 훑어들어가고 있었다.서로 이웃처럼 살았던 두 사람, 그리고 알고 지내던 가족들, 시대적인 상황은 서로의 운명을 바꿔 놓게 되고,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저항하려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유없는 불합리한 처분을 당해도 말할 수 없었던 베니에크는 그로 인해 자신의 운명은 루드비크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운명은 시간적으로 거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다시 만날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건, 느낌과 감각 속에 함축되어 있으며,그 어릴 적 좋았던 느낌을 잊지 못함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때로는 비틀거리고, 뒤틀리는 그 순간에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야 하는 원칙은 무엇이며, 불안과 억압,수치와 봉쇄와 폐쇄,금지가 있어서, 사랑은 서로 연결될 수 있다. 그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책, 토마시 예드로프스키가 7년에 걸쳐 고쳐 쓴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