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꽃말
김윤지 지음 / 이노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한강

혼자, 그리고 둘이
여지껏 한가을 다녀본 나날에 느낀 것은
함께 하는 이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느껴지는 것들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너, 나, 우리는
짦은 시가 되기도 하고
못다한 편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의 맺음이 되기도 한다. (-16-)


들꽃

명확해졌다.
관계에 더욱이 진심을 다하겠다고,
그 관계가 어떤 관계든.
상대가 어떤 연유로 나를 떠나야만 할 때,
최소한의 그리움과 미련만이 남을 수 있도록.

정이 많아서 쉽게 정을 주지만 쉽게 정을 못 때어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순간의 사이사이 속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고 눈물이 난다.
내가 나로서 온전하게 똑바로 서고, 당당하게 단단해져서 울지 않고 보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되어야겠다.

이 세상 곳곳에 피어있는 들꽃들처럼 피어 살아가다가 다시 만나기를 바라. (-54-)


한 끗 차이

마음은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조급함을 버리니 이렇게나 마음이 맑아졌다.
언제 또 흙탕물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다.'

슬플 땐 울고, 즐거울 땐 웃고
그러한 감정들을 의구심 없이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흘려보내자. (-116-)


나의 황홀경, 한강

온갖 소음과 북적이는 사람들.
쉬지 않고 바삐 돌아가는
고요한 어둔 밤이라곤
쉬이 찾아오지 않고 날이 밝는 서울.

내가 이곳 서울에 홀로 버티어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도시 곳곳에 일렁이는 한강이 있다는 것.

빛나는 모든 것들이 투영되는 한강.
그 모습 그대로 투영되어 반사되는 것이 아름다워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빛들이 일렁이는 강물에 부서지는 모습마저도
이렇게나 아름다우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158-)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때
그 어떤 말을 꺼낼 때보다 조심스럽고 , 두렵다
위로라고 하면 "따뜻한 말이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던 때도 분명 있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형식적인 위로와
관심이라는 말을 쓴 오지랖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고,
당신이 아픔으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다.

반대되는 말이지만
상대의 감정과 사건에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칫 선 넘은 개입은 무례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누리는 상대가 아니기에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201-)


타인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았으면 좋겠다. 나를 이해하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나를 미워하면 타인을 미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나의 잣대로 타인에게 잣대를 들이밀면, 분명히 어긋나고,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 인생은 한 끗 차이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렵고, 정답을 찾는 것은 힘들어 진다. 그런 나의 고민과 걱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작가 김윤지 님의 <각자의 꽃말> 에서 느낄 수 있다.무수히 많은 정답들 속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나를 대하듯 타인에게 대할 수 있어 한다. 먼저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 서로 간에 지켜야 하는 것을 지켜준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갔다. 그리고 살아지고 있었다.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그래서다. 고민이 생기고, 걱정이 생길 때, 스스로 정해놓은 원칙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에게 서울과 한강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고 싶어진다. 그건 내 주변에 놓여진 한강이 내 삶이 되고, 내 인생이 될 수 있다. 서울은 삶의 터전이며, 한강은 나에게 위로가 된다.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씻겨나는 기분이다. 돌이켜 보면 가까운 곳에 강과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들때, 외롭고 홀로 있을 때, 강과 산을 찾는 건 내 삶을 어루만져 줄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나의 의지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꿋꿋하게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곰곰히 생각해 복로 싶어진다. 우리 사회는 인기가 많아도 ,돈이 많아도, 행복해지려면,그것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걸 잊고 살아간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어린 위로와 이해, 그리고 서로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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