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놈의 기억 2 놈의 기억 2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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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우리 사이를 기억하지 못한 시점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어. 범인한테 둔기로 머리를 맞고 3일 만에 읫힉을 차린 이후 말이야. 부분 기억 상실이었어.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은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종종 겪는 일이니까, 나는 조금만 기다리면 네가 기억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아니었어.." (-6-)


"털털이가 경찰한테 진술하게 만들라고.정확히 '연쇄살인 범인은 서두원이고,그에게서 직접 장모가 사는 집 화단에 시신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라고 진술하게 해. 시간은 딱 3일 줄거야. 안 그럼 이 파일은 경찰이랑 언론에 동시에 넘길테니까. 그 뒤로 네가 어떻게 될지는 네가 더 잘알겠지." (-66-)


'내가 지수를 죽인거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정우는 눈물을 흘리며 혼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지수를 죽였을 리가 없잖아.그럼 이 기억은 대체 뭐지?' (-103-)


냉동고에 오래 있었더니 패딩 안으로 한기가 돌았다. 어느 새 진숙의 코와 귀는 추운지 빨개졌다.
"난 몰랐지. 그렇게 물러터진 사람일 줄이야. 그날 이후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굴더라고. 그러다가 진짜 사고를 칠 것 같았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145-)


인욱은 그녀의 황당한 주장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형사님 ,제가 남편에게 협박을 당한 일이 웃을 일인가요? 왜 웃죠?"(-199-)


형벌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행위에 대한 응보와 행위자에 대한 교화 두 측면이 공존합니다.사혀이라는 것은 행위에 대한 응보 효과만을 강조하는 것이고 행위자에 대한 교화는 사실상 포기하는 제도입니다.물론 검사님의 말씀 취지처럼 교화가 불가능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 대하여는 응보 효과 만을 가진 사형이라는 제도가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232-)


인간이 가진 기억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억의 의미를 넘어선다. 나와 타인 간의 관계에서 믿음과 신뢰가 될 수 있고, 어떤 제도와 법을 만들고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기본 바탕이 된다. 우리 삶이 어느 정도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건 나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가정하에서다. 물론 사람마다 기억의 불완정성은 없지만, 기억은 의도적으로 조작되진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기억을 조작하거나 왜곡하거나, 삭제하는 행위는 상당히 조심스럽고 , 최소화되어야 하는 기술이다. 그런 기술이 존재하여도, 그 기술을 적재적소에 쓰여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가 윤이나는 <놈의 기억>에 등장하는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정우를 통해서, 기억은 우리 삶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지 재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소설은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이 타살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의 불완전함,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있고, 누군가는 거짓을 말한다. 정우는 그 기억을 서로 교체하고, 바꿔 놓음으로서, 기억 속에 숨겨진 사람의 마음을 읽고 있다.그리고 사람마다 각자의 비밀이 감춰져 있다는 걸 정우는 깨닫게 된다.진실을 찾기 위해서, 트라우마를 제거하기 위해서, 기억을 삭제하고, 기억을 이식함으로서, 보이지 않는 기억을 재생하게 되는데, 진실은 찾았지만, 자신의 삶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이다. 이 상황에서 기억을 바꾸는 것이 정녕 옳은 일인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 하나 검증해 나갈 수 있었고, 소설 속에서 우리의 일그러진 삶을 훑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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