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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 ㅣ 삐(BB) 시리즈
키미앤일이 지음 / 니들북 / 2021년 6월
평점 :
채식을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듣는 말 혹은 질문은 '어떻게 고기를 안 먹을 수 있어?' 였다. 이 질문은 다시 두가지 뉘앙스로 나뉜다.
첫째,'그 맛있는 걸 안 먹고 어떻게 살아?' 내지는 '그 맛있는 걸 어떻게 안 먹고 살아?' (-15-)
두가지 중 반드시 한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싫은 쪽을 버리는 편이 훨씬 후회가 없다.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더 고역이므로, 육식을 전혀하지 않는 것과 가끔 하는 것 두 가지 중에 무엇이 더 싫은지 자문했다.(-47-)
사랑의 부재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멈춘 곳이 '채식'이라니 어쩐지 뜬금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채식과 사랑은 서로 맞닿아 있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채식 , 그 시작은 명확했다. 온전히 나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열의로 가득 찬 마음에서 비롯된 것, 우선적으로 이것 이외에는 아무런 목적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야만, 나와 네가 아닌 제3의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102-)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아내와 내가 서로 사랑하며 배운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채식에 닿았다. 그리고 채식은 동물과 이 땅을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아내 이외의 존재를 사랑하는 게 아직은 많이 서툴다. 그래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동물과 이 땅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며 배운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또 어딘가에 닿을 거라고 믿고 있다.(-132-)
단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익숙해지고 옅어진다. 그 과정이 쪼금 힘들 뿐이다. 이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의미 있는 것들은 단점과는 다르게 옅어지지 않고 점점 진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172-)
굳이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한 적도,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채식과 육식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스스로 채식을 선택할 뿐이고, 누구는 육식을 가까이 즐길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저자의 채식주의자 선언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겠다는 의지이며, 타인과 차별화된 경험들이 감춰져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면, 저항이 따르게 된다. 고기를 먹겠다고 선언하는 것보다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할 때, 저항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비건, 채식주의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우리는 채식을 언급하면, 자연인, 혹은 스님을 떠올린다. 즉 스님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처럼 일반인이 채식주의자를 선언하면, 곱게 보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비아냥, 조롱이 뒤따르는 이유는 여기게 있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선언한다면, 스스로 채식을 즐기면서, 확고한 삶의 의미와 가치관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저자처럼, 살아가는 것은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그건 채식을 선택한 뒤, 사람들은 육식을 먹어야 하는 순간, 채식주의자는 거기서 배제될 각오를 스스로 하고 있어야 한다. 서운하고, 섭섭할 수 있다. 물론 동물과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챟식주의자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고, 고기에 향신료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에게 예고되지 않은 달콤한 후각과 미각적인 감각이 훅 들어올 때, 견딜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이 책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있으며,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되어서, 행복한 삶, 주변을 사랑하는 삶을 선언하고 있으며, 스스로 행복의 가치를 검증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