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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 크래시 1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평점 :
메타버스는 늘 밤이며 스트리트는 항상 지나치게 화려할 정도로 환하다. 마치 돈이 무제한으로 많고 물리적인 한계가 없는 라스베이거스라고나 할까. 그러나 히로와 같은 동넹[ 시는 사람들은 상당히 훌륭한 프로그래머들이라 동네 분위기는 고상하다. 집들은 현실 세계의 집과 비슷하다. 빅토리아풍의 집도 있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국의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흉내 낸 주택도 두어 채 보인다. (-41-)
한사람은 푸른 제복을 입었지만, 다른 사내는 복고풍인지 짙은 색 기모노를 입었다. 그 사내는 히로처럼 검을 두개 가지고 있는데, 왼쪽 엉덩이 위로 긴 카타날을 찼고, 한손으로 쓰는 와키자시는 허리띠에 대각선 모양으로 찔러 넣은 모습이다. 사내와 히로는 서로 재빨리 상대방의 무기를 바라본다. 그 순간, 히로는 고개를 돌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지만, 상대방 사내는 얼굴이 굳어지며 입술 양쪽 끝을 아래로 오므린다. 히로는 이런 장면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이제 곧 싸움에 말려들 거라는 신호다. (-115-)
레이븐은 크립스 대장 사내에게 걸어간다. 두 사람은 악수한다. 평범한 유럽식 악수로 별난 손장난은 하지 않는다. 친한 사람끼리 만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히로가 보니 눈을 약간 크게 치켜든 대장 사내는 이마에 주름이 잡힌 모습인데, 자세나 얼굴은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이 외계인 녀석으로부터 얼른 달아나고 싶어. (-199-)
철학적 문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정부는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 정부가 관광 사업을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은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는 괴짜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탭 댄스를 전공한 그런 사람들 말이다. 공무원은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다. (-273-)
사서 데몬이 말한다.
"그니까 만일 어떤 현상이 사람들 사이에 발생해서 그들의 머리가 수메르어를 이해하지 못하게 바꿔 버렸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거야. 마치 바이러스가 컴퓨터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모든 컴퓨터를 못 쓰게 만드는 것과 같은 거지. 뇌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말이야." (-336-)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는 우리의 물리적인 한계를 상상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메타 시티는 현실을 투영하지만, 현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한다. 그건 현실을 그대로 가사에 옮기는 작업이다.하지만 현실과 동일하지 않고,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상과 시뮬레이션이 , 항상 메타버스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된 1992년이 아닌 ,2021년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이 소설의 모티브가 우리 현실에 녹여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지금 가상현실, 증강현실,사물인터넷, 그릭로 구글글래스와 같은 기술이다.
즉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을 투여하고 있다.물리적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한계,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타버스가 등장하게 된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그 세계관은 처음에는 상상이지만, 지금은 현실이다. 즉 가상과 현실이 동시에 등장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명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현실은 생명의 나약함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도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가상은 그렇지 않다. 아바타가 등장하고, 데몬이 등장하고, 바이너리코드가 등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에서 메타 바이러스는 , 샘울학적인 특징을 가진 바이러스가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바이너리적인 바이러스로 바뀐다면, 해커의 나쁜 짓을 저지할 수 있고, 그 반대로 ,바이너리 바이러스가 생물학적인 바이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그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체적인 특징을 컴퓨터로 바뀔 수 있다는 가정하에 ,상상을 할 수 있고, 공사을 소설에 녹여내는 것이다. 즉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웹과 모바일이 없었던 그 시대에,작가의 상상력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독특하면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기술들 중에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