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문학 - 동물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이강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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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호랑이의 식사량을 아무르에 사는 발굽 동물의 종류와 마릿수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매년 산양 2마리, 꽃사슴 11마리, 멧돼지 12마리, 붉은 사슴 19마리 등 도합 44마리의 중대형 발굽 동물을 사냥해 먹는다. 초식동물 사파리를 꾸려도 될 만큼의 동물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한국의 호랑이가 바로 아무르호랑이다. 두 호랑이는 혈연적으로 같다. 호랑이가 한반도에 지금도 생존했다면, 과잉 번식으로 농경지에 피해를 일으키는 고라니나 멧돼지의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었을 것이다. (-46-)


새의 불필요한 살생을 예방하면서도 집고야이의 외출을 허용하는 방법이 있다.고양이 목에 방울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면 고야이의 외출로 인해 발생하는 살생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야생동물은 청각이 예민하다. 그래서 고양이목에서 나는 방울 소리만 듣고도 충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129-)


11억 중국인을 이끄는 정치지도자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경구가 있다.'저량안천하 猪糧安天下',즉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이다.거꾸로 해석하면 돼지고기와 식량이 부족하면 나라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216-)


모피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 외에도 유럽의 귀족이 멋을 내고 격식을 차리는데 널리 이용되었다.유럽의 귀족이라면 당연히 수달이나 비버의 모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었다. 모피가 군대의 계급장 같은 구실을 한 것이다. 조선시대 때 지체 높은 양반이 실용적이지 않고 오히려 불편해 보이는 큰 갓을 쓰고 다닌 것과 비슷한 일이다. (-277-)


베를린회담의 목적은 명료했다. 아프리카 국경선을 최종적이면서 불가역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기서 말하는 국경선은 독립국들 사이의 경계가 결코 아니다. 열강 각국이 점거한 식민지의 경계선을 가리킨다. 베를린 회담이 열린 19세기 말 열강은 '배가 고팠다'.과거에는 식민지 착취를 통해 비교적 쉽게 배를 불렸으나 그들의 주머니는 거의 비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 열강들은 지속적 경제발전과 새로운 국부 창출을 위해 아메리카를 대체할 대형 식민지 개발이 필요했다. (-320-)



소설 장길산, 소설 임꺽정을 읽을 때면,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고, 그건 그 시대의 한반도 강토의 모습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가였다. 20세기 이전의 모습은 지금과 다르게 ,편리한 길이 나지 않았고, 험준한 고개를 넘을 때,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한반도 1일 생활권은 100년전에는 언감생심이다. 즉 어떤 일이 터져도 죽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염병이나, 야생동물의 습격을 그대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특히 동물원의 호랑이가 아닌 살아있는 백두호랑이를 직접 볼 가능성도 거의 없다. 다만 그 자리를 멧돼지,고라니, 사슴과 같은 유해조수가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서 동물들은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야생동물을 가축화하여 이용하거나 활용해 왔다. 개와 말, 고양이가 가축화되었으며, 소는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이 되어, 고기와 우유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농사짓는데 요긴하게 쓰여졌다. 목양견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심하고 식량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소와 다르게 돼지는 중국인에게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식량이다. 중국 음식 어디에도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중요한 식량자원이며,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서 돼지를 볼모로 한 무역전쟁이 있었으며, 서로 갈등의 빌미가 된 경우도 있다.또한 중궁인에게 판다 외교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동물들의 서열이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들의 서열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야생의 우열을 가르던 호랑이와 사자는 동물원이 없다면 마주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아프리카 사바나의 맹수 사자와 아시아 밀림의 호랑이는 인간의 인위적인 목적이 아니라변 결코 부딪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한편, 호랑이,사자 이외에 치타, 하이에나,재규어와 같은 야생동물들은 그 나름대로 생존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 사자나 호랑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사자가 동물들 사이에 으뜸이 되기 전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강한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의 균형에서 왕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힘이 떨어지면, 스스로 물러나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야생의 세계에도 엄연히 모성이 존재한다. 자신의 목숨을 잃더라도, 새끼는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 자신을 희생함으로서, 후대를 남기는 그 자연의 엄중함, 인간이 대자연에 끼어들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역사 속의 고사 성어 안에 동물들이 등장하는 여러가지 이유들을 들여다 본다면, 정치와 동물 인문학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차근 차근 파악할 수 있다.역사, 정치, 사회 전반에 동뭉의 일화는 곳곳에 숨어 있으며, 역사적 사건의 주요 전환점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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