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방식 - 수전 손택을 회상하며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홍한별 옮김 / 코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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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전과 나만 남았을 때 수전이 거침없는 말투로 자기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머니하고는 거의 안 보고 지낸다고, 열 여섯 살 때 집에서 나온 뒤로 남남처럼 지냈다고 했다. 수전이 암에 걸렸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전기담요를 보냈단다. 수전은 얼마나 무지한 행동이냐는 듯 눈을 치켜뜨고 어깨를 으쓱했다. (-25-)


1960년대 언젠가 수전이 파라, 스트로스 앤드 지루 소속 작가가 되고 난 뒤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스트로스의 집 디너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당시에 스트로스 저택에서는 저녁식사가 끝나면 남녀가 나뉘어 각각 다른 바에 모이는 게 관습이었다. 수전은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상황을 파악했다. 수전은 여주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남자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43-)


수전은 니콜이 내내 저기압이었던 게 내 탓이 아니라고 계속 얘기했다.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늘 다툼이 끝이 없었는데 이제 둘 사이가 천천히 좋지 않게 끝나가고 있었다.수전이 파리에 있던 여름 내내 싸웠다고 했다.두 사람은 친구로 남았지만 (니콜은 수전이 죽은 뒤 3년이 채 되기 전인 2007년 여든 세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연인 관계는 끝나가고 있었다. (-59-)


4기 유방암, 니콜관의 결별,이런 일이 있었으니, 이때 수전은 이전 어느때보다도 혼자 남겨지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수전은 데이비드가 이사를 나간다면 자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전혀 숨김없이 드러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떠올리기만 해도 잔인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죄책감을 못 이길 것 같아." 그 주체에 대해 데이비드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을 때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했다. (-109-)


스그리드 누네즈가 보여주는 대로 수전 손택은 누구보다 열렬히 감탄할 수 있는 사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 누구보다 박식하고 냉철한 지서을 지녔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당연히 한계도 있는 인물이었다. 한계의 많은 부분은 수전 손택이 활동하던 때가 남성과 구분되는 여성의 성취를 상상하기가 어려웠던 때, 여성의 성공이 명예남성이 되는 것과 비슷하게 여겨졌을 때 였다는 점에서 온다. (-158-)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수전 손택은 1933년에 태어나 2004년 12월 백혈병으로 세상을 뜨게 된다. 그녀가 사회에서 보여준 지성인으로서의 자세는 그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시류의 비판과 비난에도 스스로 바른 길, 옳은 길을 걷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는 예술가이면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사회적인 관심도 많았다.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에 대해서 ,그 원인을 짚어 나가면서, 미국의 사회적,정치적 한계를 인식하였고, 미국이 현재의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서,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수전 손택의 말과 글, 언중유골에 있다.


이 책에서도 보여지듯이, 수전손택의 회고록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예술은 영원했다. 비록 수전손택은 2004년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가 남겨놓은 예술적 메시지, 사회적인 언어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그녀만의 사회적 관점이 나타났으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세상의 보편성과 평균화된 가치에 깊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 누군가 남겨 놓은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강한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내려놓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야 하는 궁극적인 인생의 나침반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고, 수전 손택처럼 앞장 서서 자신만의 신념과 소신을 내세워서, 세상의 문제점의 근본을 파헤칠 수 있다는 건 ,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불안에 안주하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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