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마음만 먹으면 ㅣ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곤희는 열아홉 살 소녀였다.부장이 후원하는 천주교 기반 보육원에서 자랐다. 나올 때가 되어서 나오게 되었다.선배의 표현이었다. 이틀 뒤 생일, 공식적인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내 아파트에 머물기고 얘기가 되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별로 세심한 조치는 아이었다. (-14-)


새로온 조선족 간병인은 내가 닷새를 내리 잤고, 잠깐 깼다가 하루를 더 잤다는 얘기를 횡설수설 정신 사납게 전해주었다. 먼젓번의 과묵하고 친절한 간병인 아주머니는 업무태만과 부주의에 대한 징계로 험하다고 이름난 병실로 이동된 뒤였다. (-59-)


내 기억 속 순철 오빠는 누구의 아들이 아니라 그냥 '순철 오빠'였다. 순철 오빠는 나이가 많기도 했지만 많아보이기도 했다. 고모와 비슷한 연배로 보일 정도였다. (-78-)

하엘은 그림자처럼 지냈다. 행동거지를 극도로 조심했다. 걸을 때는 발뒤꿈치를 들었다. 그나마 남편이 있을 때만 조금 목소리를 냈다. 자다가 침대가 빈 걸 확인하고 나가보면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얼굴을 초록 빛으로 물들이며 야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85-)

나는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틈을 타 조심스레 하엘의 심중을 떠보았다. 만약 베트남으로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촌형부를 손봐줄 것인지,하엘의 의사는 확고했다.사실 그 질문을 통해 내가 알고자 한 건 복수 여부가 아니었다. 하엘이 엄마로부터 버림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아닌지였다.아니었다. (-99-)


소설 트프리플 시리즈 <마음만 먹으면>을 읽으면, 우리 사회의 편견,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소설에서 고아, 조선족, 베트남,지적 장애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위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소설은 단편 세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곤희, 마음만 먹으면, 새끼돼지다. 그중 눈에 들어왔던 단편은 새끼돼지다.이 소설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수철오빠와 그의 베트남 아내,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하엘이 있다. 수철 오빠네 가족의 모습과 삶을 보면, 우리 사회,대한민국 사회의 모순과 편견이 문학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소위 우리 사회의 평범한 가정의 표본을 미리 만들어 놓고,그 범주에 벗어나면, 잘못되었거나, 틀렀거나,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편의 단편 중에서 이 소설이 눈에 들어왔던 건 그래서다. 사회적 편견과 비틀어짐, 지적장애를 가진 남자 수철 오빠는 왜 베트남 아내를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시할 수 있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하엘의 주어진 삶과 운명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소위 지적 장애 남자는 베트남 여자와 만남을 가지고 결혼을 하면,정상적인 가정으로 바라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온당하지 않은 편견과 선입견이 존재한다.그래서 하엘은 스스로 여러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지게 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시선과 편견,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문제들을 신경써야 하는 또다른 문제점을 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