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한의사 -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
권해진 지음 / 보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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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환자가 손가락이 아파서 왔습니다. 딸 아들 모두 출가했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시어머니가 워낙 부지런해서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결혼한 딸도 가까이 살아서 세 모녀가 우리 한의원을 다니게 되었고 자주 들렀습니다. 손가락이 아픈 까닭은 늦게나마 기술을 하나 배워 볼 생각으로 미용학원을 다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7-)



월경통을 완화시키고 여성 생식기 질환에도 많이 쓰이는 혈자리도 알려주었습니다. 안쪽 발목에서 무릎으로 3치 (약 9센티미터) 올라간 '삼음교혈',이름 그대로 세 가지 '음'이 교류하는 혈자리라고 기억하면 좋겠네요. 여자 친구들과 월경에 대해 교류하라는 의미라며 아이에게 우스갯소리를 했씁니다. (-90-)


여성한의사라는 점 때문인지 유산 뒤 어혈 치료와 체력 보강을 하러 오는 환자가 많습니다. 웃는 얼굴로 대수롭지 않게 들어와서 달래 줄 필요가 없는 환자도 있고, 저를 보자마자 제가 쓴 글을 봤다며 펑펑 우는 환자도 있습니다. 환자 처지에서는 혼자만 겪는 일 같아 힘들고 괴로웠는데 다른 이들도 유산을 겪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울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162-)


"환자분은 갱년기가 오기 전까지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던가요? 마음 먹은 대로 안 된 일은 없었나요? 모든 일이 완성도가 높아서 늘 칭찬을 받았나요? (-216-)


가끔 우리는 가까이 있을 때 그 고마움을 모를 때가 있다. 나의 가족에 대해서 고마움을 모르고, 나의 주변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놓치고 살아갈 때가 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사로 등돌리는 사회 안에서 , 함께 어울리지만,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그것이 모이고 모여서 내 삶을 변화시킨다고 장담할 때 나에게 필요한 가치들,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이웃과 친구이다. 그 이웃과 친구 같은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 <우리 동네 한의사>를 쓴 저자 권해진 한의사다.저자는 자신의 삶과 환자의 삶을 공유하고 있었다.삶과 감정,그리고 위로와 치유, 따스함을 느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의 삶에 누군가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어서다.


대구 한의대를 나와 , 파주 교하에서, 작은 동네 한의원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권해진 한의사는 한의원 원장이라기 보다 ,한약방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양약과 한약의 조화로움 ,그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며, 한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경험과 나눔, 관계에 있다. 여성 한의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여서의 몸을 더 이해하고, 그 마음까지 들여다 보는,병에 대한 깊이가 있었으며, 나의 삶에 있어서, 필요한 것, 아픔과 정서적인 공허함을 한약과 침술, 어혈을 풀어줌으로서 해결하고자 한다. 몇 분만에 환자의 질병을 파악하고, 약을 지어주는 의사보다 저신의 내면을 알아준다는 것,그에 적절한 처방을 해주는 , 권해진 한의사가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술에 의한 사람을 치유하는 것, 그 사람의 마음까지 치유한다는 것은 보통 정성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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