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줄 도토리숲 알심문학 3
에릭 월터스.캐시 케이서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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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된 뒤로 거의 붙어 다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 사이였다. 그러나 우리 둘은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나타샤는 학교 공연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이번 오디션을 돈 것은 내가 억지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나타샤는 공연의 배역을 따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배역이 아주 중요했다. (-9-)


5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일은 악몽처럼 공기 중에 떠다녔다. 우리 하교 학생 두 명이 9.11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었다. 물론 모두 다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희생자와 누구나 관련이 있었다.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알 수 있었다. (-55-)


"성이 모건이라고 했나?"
벤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유대교 회당의 랍비가 조셉 모건이야.옛 말에는 모건 스턴이라고 불렀다더군.혹시 아는 분인가?" (-127-)


눈앞에서 벌어진 여러 일로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할아버지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나와 벤은 노래를 불렀다. 더구나 할아버지와 벤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내가 벤을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정하게 되었다. 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 할아버지를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니 벤이 더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이제껏 좋아하는 감정을 억지로 외면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물론 그런 감정을 앞세워 내가 딱히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201-)


"할아버지와 가족은 엄청나게 많은 유대인들과 함께 가축용 열차에 빼곡하게 실린채 수용소로 보내졌어.바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였어."
벤이 한마디 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이었지." (-244-)


"사랑하는 내 어머니와 같은 유대인들이 이번 연극의 배경인 유대인 대학살 시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배웠겠구나.그런데 내 인생과 경험을 여러분에게 좀 더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연극 속의 인물들이 나에게 왜 중요하며 여러분은 그들을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될 거야." (-297-)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의 흐름 속에 나라는 가치가 존재하고 있다. 나의 과거가 누군가에게는 현재가 될 수 있고, 나의 현재는 누군가의 미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그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비절대적인 가치였으며, 이 책에 언급하는 과거 속 어느 역사적 사건들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 사건이 한 가정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게 된다.


소설 <끊어진 줄>의 주인공은 셜리이다. 셜리는 할아버지의 낡은 바이올린을 찾아냈고, 그로 인해 할아버지는 이유없이 화를 내고 말았다. 항상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소와 다르게 , 에기치 않은 상황에서 화를 낸다는 것은 어떤 일이나 ,너떤 기억들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며, 셜리의 할아버지의 과거가 그 분노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소설 <끊어진 줄>은 누군가의 인생이 역사가 되고,그 인생을 기업하지 않는다는 건 비슷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음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연극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나오고 있다. 한 개인에게는 아픈 역사, 슬픈 역사이지만, 그 역사를 마주하는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교훈이 될 수 있다. 셜리와 셜리의 할아버지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할아버지에게는 아픈 상처이자 트라우마지만, 셜리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즉 벤은 셜리와 셜리 할아버지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셜리 할아버지 내면속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연극 한 편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치유와 위로가 필요한 책, 바꿀 수 없고,달라질 수 없지만, 우리가 위로와 치유를 느낄 때,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고,서로 화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낸다. 나의 삶과 타인의 삶 속에 있는 그 아픔의 실체를 한 편의 청소년 소설로 엮어내는 것이 독특하였다. 이 소설이 아우슈비츠 유대인 학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면, 우리는 6.25 전쟁과 같은 아픈 역사를 모티브로 하는 소설 한 편이 있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보고,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 생각할 꺼리가 이쓴, 성찰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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