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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 PD의 시선으로 본 제주 탐방 다이어리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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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탑동의 고씨책방. 내비에 찍어도 안 나온다. 대신 산지천갤러리를 치면 된다. 좁은 골목을 끼고 붙어 있다. 헐릴 뻔한 집을 살려냈다. 제주식 일본식의 섞인 독특한 가옥으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심재생센터가 제주시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고 근무하는 여성이 말해줬다. (-57-)
그늘진 벤치에 앉아 블랙커피와 제주돌빵을 먹는다. 제주돌빵이라니 어떤 걸까 궁금했는데 가운데 귤색 연노랑 크림이 들어 있는 동그랗고 검은 빵이다. 빵 표면에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아하, 제주돌인 현무암이구나. 현무암빵이라 해도 될 것을 굳이 제주돌빵이라 한 것은 두 자 두 자로 된 단어가 석자 한 자로 된 넉자 단어보다 리듬감이 더 나아서일 것이다. (-88-)
건물애 거려 있는 천에 적힌 글.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1기 릴레이 개인전. 극혐주의, 축수, 서북의 아들이 제주를 보다. 윤정환 3회 개인전."
극혐주의? 서북의 아들? 호기심이 꿈틀거린다.
작가 노트를 읽는다. 어릴 적 작가는 전라도와 제주도 사람은 피하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제주의 역사와 4.3 에 대해 알게 된 작가는 할아버지가 제주민들에게 살인마나 다름없었던 서북청년단으로 악명 높은 서북 출신임을 알게 된다. 서북 출신이라고 다 서북 청년단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든 지역, 구가 ,이데올로기로 묶이고 차별과 혐오의 대사이 되면 국가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153-)
전시관에는 책에서만 보던 추사의 글씨들과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추사의 글씨는 제주에 있는 동안 변했다. 스물 네 살 때 청나라 수도에 가 일흔아홉 살 청나라 학자 옹방강으로부터 '경술문장해동제일'.'해동제일통유' 라는 칭찬까지 받았던 김정희의 글씨는 유홍준 교수가 '란자완스체'라고 평했을 만큼 기름끼가 잔뜩 낀 것이었다. (-216-)
죽도는 화산섬이다. 외돌개처럼 우뚝 서 있는 장군봉은 마그마가 굳어버린 것이다. 죽도는 장군봉 자리가 폭발해 나린 화산재가 쌓였다. 절벽에 벌건 화산재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송이라고 부르는데, 좋은 성분을 방출해 건강에 좋다고 한다.비자림에 갔을 때 길에 깔아놓은 벌건 흙이 송이였다고 전에 쓴 적이 있다.
죽도를 한 바퀴 도는 길.대부분 오르막이다.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끝이다. (-258-)
광주엔 이이암 작가를 비롯해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들이 있다.양림동에 이작가 혼자 세운 이이남스튜디오가 단기간에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 핫플레이스가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외국의 유명한 회사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거대한 몰입형 디지털 미디어 아트뮤지엄을 구축할 수 있지 않나.결국 문제는 마인드와 아이디어인데, 문화수도, 빛의 도시 운운하면서 왜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건가? 뭣이 문제일까. 광주만이 아니라 전남, 아이 다른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문제다. 광주 MBC 사장 3년을 하며 절감했다.
빛의 벙커는 도저히 그런 게 있을 것 같지 않은 곳. 좁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운전해 찾아가야 하는 곳에 있다. 원래 벙커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거기 들어선 것일뿐 다른 지역에도 얼마든지 비슷한 시설을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생겼다. 애월읍 어음리에 있던 스피커 제조공장을 개조해 만든 아르떼뮤지엄. 옆에 있는 냉동물류창고와 똑같이 생긴 1,400평 짜리 창고가 2020년 9월 미디어아트뮤지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303-)
오름은 한라산의 기생화산, 현무암질 스코리아다. 스코리아는 구멍이 많이 뚫린 돌덩어리라는 말이다. 점재하는 오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한 것이다. 새별름에 올랐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광활한 대지 위 여기저기 솟아오른 오름들,고대 권력자들의 무덤 같다. 요즘엔 오름을 찾아다니며 오르는 사람들고 적지 않단다. 트레킹과 힐링에 최적이다. (-358-)
익히 잘 알려진 송일준 MBC PD이다. 송일준 PD는 1984년부터 2021까지 MBC에 몸담았고, 최근 2018년부터 광주 MBC 사장에 부임하여 자신망의 문화 사업을 광주에서 미디어와 연결하게 된다. 그가 한달간의 일정동안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37년간 자신만의 일을 하면서, 빠트리고 있었던 것들을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제주에 대한 동경 뿐 아니라 직접 제작했던 <인간 시대>에 대한 애틋함과 희로애락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직접 제주도에 머무르면서,제주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잃어버릴 수 있는 가치와 의미들을 주섬주섬 찾아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제주도에는 제주도 만의 고유한 특질이 있다.그 안에는 예술과 미술, 그리고 제주만의 애환이 숨어 있다.뭍사람이 모르는 그들만이 안고 있는 고통과 분노의 실체, 여기에 덧붙여 삶에 대한 기쁨과 슬픔이 잔재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지 않으면, 누군가 나를 죽일 수 있다는 트라우마를 남긴 4.3 사건에 대한 기억들, 서북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으며,그것이 하나의 이데올로기화되어 우리 삶 깊숙한 곳을 파고 들었고, 송일준 PD는 그것을 허투루 보지 않았다. 즉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제주도의 360개의 오름만큼 제주도민에게는 그만큼의 슴픔을 견디면서 살아간다. 과거 조선시대 대표 유배지로 손꼽았던 제주는 추사가 있었던 곳이며, 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과, 한양에서 쫒겨나다시피한 그들이 남겨놓은 유산들이 제주를 제주답게 해 주었으며, 애월읍이나 여러곳에 그 예술의 혼을 불태우게 된다. 제주도 만의 컨텐츠가 관광특화도시 제주를 만들었던 것처럼, 타지역도 자신만의 문화특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읗 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하나 하나 알게 된다.우리가 놓치고 있는 제주도민의 삶과 그들의 선택과 결정 뒤에 숨겨진 제주의 역사를 공간과 시간의 씨줄과 날줄에서 채워 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