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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고요 - 의사가 되려는 한 청년의 365일 인턴일지
김민규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6월
평점 :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의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잘르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류, 종교 ,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 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20-)
안내가 끝난 뒤 손끝을 세워 그의 팔뚝에 댔다. 쿵쿵 뛰는 환자의 맥이 느껴졌다. 찾았다. 천천히 주사기를 그의 피부 위에 얹었다. 그리고 서서히 힘을 줘 밀어 넣었다. 주사기의 날카로운 부분이 피부 속으로 사라지며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피부 속으로 사라진 주사기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영원과 같은 1초가 지났다. (-37-)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아이 엄마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다. 아이를 일부러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밥도 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도저히 해결되지 않아 병원에 와서 모든 책임을 떠맡기려 했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53-)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두두둑' 하며 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갈비뼈가 그렇다. 소리도 소리지만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그 둔탁한 느낌이 등골까지 소름 끼치게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의 가슴뼈를 부서져라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68-)
"아마 어떤 선택을 하셨어도 후회는 남았을 거예요. 겪어보지 못한 선택이니까요.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드렸다면 또 다른 후회가 남았을지도 몰라요. 보호자분께서 이 선택을 하신 건 끝까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해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할머니가 쭉 의식이 없는 상태로 계셨으니 큰 고통은 아마 기억하기 못하시고 가셨을 거에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77-)
항암제는 독한 약이다. 얇은 혈관에 반복 투여하면 그 혈관이 다 타들어 죽어버릴 수 있다.그래서 많은 환자가 큰 혈관에 관이 들어가 있는 장치인 '케모포트'를 가슴에 가지고 있다.이 가녀린 아이도 오른쪽 쇄골 피부 아래에 100원짜리 동전만 한 케모포트가 있었다. 내가 할일은 굵은 바늘로 이곳을 찔러 채혈을 하거나 소독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입원할 때마다 나에게 찔려야 하는 아이들은 내 가운만 봐도 울기도 했다.(-97-)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허리 중간부터 시작하여 엉덩이의 절반까지가 모두 욕창이었다. 상처의 경계를 이루는 것은 오랜 시간 눌러 있어 결이 흐물흐물했고, 피부는 균이 파 먹은 듯 불규칙하고, 주변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중심으로 갈수록 상처는 깊어졌다.(-112-)
하루 뒤, 전원을 보낸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환자가 치료를 잘 받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대동맥 박리'가 아닌'대상포진'으로 말이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전혀 위급하지 않은 대상포진이라니, 나의 오진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마음고생하고 여러 사람들이 힘들게 일했던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141-)
마음이 찢어지느 듯했다. 요양원에만 계시던 아버지에게 바깥바람을 쐬어드리고 싶었던 효심이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비극을 불러왔으니, 아들로서 버티지 못할 무게의 죄책감에 짓줄리고 있을 것이 번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 해고 절대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었다. (-157-)
많은 사람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비인후과는 수술을 하는 과다. 학회에서 인정하는 우리의 정식 명칭은 이비인후두경부외과이다. 알기 쉽게 표현을 하기 위해 생략한 글자에 많은 일이 숨겨져 있다.나는 귀,코, 목을 보는 , 손가락 하나 굵기의 숨길을 수술하는 의사다. (-176-)
암은 ANIGOGENESIS (혈관신생)이라는 다른 세포들은 찾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다.자기 스스로 혈관을 만들어 버려, 영양도 뺏어 오고 피도 나게 한다. 마구잡이로 생겨난 혈관에서 나는 피는 지혈도 잘 되지 않는다. 이 환자도 역시 가끔 혀에서 피를 흘렸다. 그럴 때면 지혈 가글을 해 잠깐의 고비를 넘기고는 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조금씩 자주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소량의 출혈은 곧 있을 대량의 출혈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죽음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는 환자의 얼굴은 점차 야위어 갔다. 밝았던 얼굴에 점점 그늘이 져갔다.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당해야 할 고통도 같이 늘어갔다. (-187-)
현직 이비인후과 전공의 김민규 의사의 365일 인턴일기다.열세살 의사가 꿈이었던 저자는 의사의 꿈을 이루게 된다. 자신의 꿈을 완성하면서, 이상과 다른 현실의 의사의 민낯을 직접 보게 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기계처럼 해야 했던 하루 하루 치열한 일상과 순간들, 의사로서 환자의 동맥혈관을 못 찾아서, 의사는 동료 인턴의사를 통해 서로 실습하게 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였던 의사,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던 간호사, 이 책을 읽는다면, 의사의 애로사항들을 살펴 보게 되며,이비인후과가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을 넘어서서 수술을 하는 전공의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이비인후과 하면, 귀를 청소하고, 축농증이나 비염 문제를 치료하는 걸 넘어서는 외과 수술도 병행하게 된다.즉 환자의 숨구멍을 살리는 중요한 의료행위를 한다.책을 통해 인턴 의사의 365일의 치열한 라이프를 들추고 있다.
사람들은 의사의 삶을 동경하면서, 폄훼한다. 화자를 생각하지 않고, 돈만 찾는다는 생각들이다. 그건 신해철의 죽음 이후 더 심해졌고,의사를 신뢰하지 않으려는 정서가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 소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공론화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만 보더라도 그런 케이스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다면, 인턴의 의료 행위 뿐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 보면 , 이기적인 면보다는 연민과 위로의 시선을 들여다 보게 된다. 의사가 아니라면 결코 할 일도 없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 매일 피를 쏟아내는 환자를 보고, 수혈을 진행하고, CPR를 시행해야 하고, 죽음을 매일 매일 목도하고,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생기는 오진에 대한 두려움, 환자의 욕창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환자의 머뭇거림과 슬픈 눈빛을 보는 순간 의사도 흔들릴 수 있다.그래도 매일 매일 치열하다.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와 결단력이 있어야 의사가 될 수 있고, 환자를 단호하게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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