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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쉬운 경제학 - 영화로 배우는 50가지 생존 경제 상식
강영연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5월
평점 :
어찌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갈등의 이면에는 일자리 다툼이 존재한다. 현실에서도 삶은 결국 일자리 문제로 집약된다. 괜찮은 일자리를 잡아 기득권 울타리에 진입하는 순간, 계층이동의 기회가 열린다. 반면 어떤 이유에서건 일자리를 잃어 울타리 밖으로 내쳐지는 찰나, 삶은 무너진다. (-18-)
영화 속 버팔리노 패밀리는 세탁업부터 대부업, 부동산 개발업까지 그야말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보여준다. 권력과의 결탁은 필수조건이다. 마피아식 사업확장은 거침이 없다. 경영원칙은 단순하다. 인위적으로 독점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세탁업에 진출해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지역 일감을 쓸어가자, 위기에 몰린 경쟁업체가 청부업자를 고용해 여업을 방해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피아는 프랭크를 시켜 경쟁사 사장을 암살한다. (-81-)
키팅 선생은 달랐다. 그느 아이들을 우수한 자원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학교를 기업의 인재양성기관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신 카르페 디엠, 현재에 충실하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마냥 놀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바랐다.입시가 아닌 인생을 위한 교육이었다. (-154-)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고 반장네가 개발한 왕갈비통닭은 새로운 메뉴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치킨이기도 하다.기존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치킨의 소스를 갈비양념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을 엿볼 수 있다. (-210-)
하지만 인류에게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의 경쟁은 전쟁보다는 축복에 가까웠다. 전쟁의 승자인 교류의 변압이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에 장거리 송신에 활용되고 있다. 당시 패배했던 직류 역시 철도와 배터리, 태양광 발전,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이처럼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 결과로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누리는 현상을 경제학에서 '기술 파급 효과'라고 부른다. (-257-)
당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여신(與信)이었다. 장밋빛 미래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에 너도나도 빚을 내 투자와 생산을 했다.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고 , 부채로 쌓아올린 경제는 튼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고 부채 상환이 불가능해진 순간 모래성은 빠르게 무너졌다. 모건 스탠리 동아시아사업부는 11월 15일 모든 투자자에게 당장 한국을 떠나라는 메일을 보낸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에 빌려준 돈의 만기 연장을 거절하고, 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은 영화에 그대로 묘사된다. (-319-)
그러나 영화 속에서 미지의 감염병을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와 이로 인한 사회의 혼란은 코로나 19가 확산된 지금의 현실과 매우 비슷하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19 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도시 우한을 봉쇄한 것처럼 <컨테이젼>에서는 미국 정부가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다. 탈출이 불가능한 도시에서 사회질서는 무너진다. 이 과정에서 정보 불균형 문제도 생긴다.
경제학을 경제학 책으로 읽으면 어렵다. 반면 경제학을 영화로 읽는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IMF 사태와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해서 영화로 읽는다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며, 경제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그건 경제학이 내 삶과 엮이고, 내 삶의 생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한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IMF 사태는 지금 생각해 보면 국가 부도 사태였다.은행은 과도한 여신을 발행하였고, 기업이 투자를 통해 부르 축적하기를 기대했다. 기업의 성장이 국가의 경제 성장으로 당연시하게 생각하던 시기에 가능한 금융선택이었고,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었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부실이 일어났고, IMF 직후에 금융실명제 전면 실시는 상당히 파급효과가 커지게 된다. 소위 아시아 네마리 용이었던 대한민국이 ,경제와 사회에 대해서 한마리의 지렁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 금모으기의 중요성과 달러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알게 해 주였고, 대출 금리가 낮다 하여, 무분별하게 대출해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불러 들이게 된다.
경제학은 일자리와 연결될 수 있다.기술의 변화와 과학의 변화는 기존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책에 나오는 영화들 속에서 신기술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즉 경제 성장은 기술 성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은 경제 혁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또한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흐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이런 규칙에서 예외인 경우가 있었다.소위 담뱃값과 위스키 값이 그런 케이스다. 담배와 위스키 가격을 하루 아침에 갑자기 올린다 하여,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반면 담배와 위스키 가격을 내린다 하여,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삶에 깊이 개입되어 있으면서, 수요 탄력성이 있는 재화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기회비용 발생을 이해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은 회피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요즘 각광받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갈 때,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격 결정의 키포인트를 쥐고 있는 이가 비트코인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팔고 떠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경재학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선택과 기준이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을 하나 하나 이해한다면, 우리 대한민국 경제의 순환을 이해할 수 있고, 글로벌 경제의 가치들을 알게 된다.기술을 알게 되면,사회를 알게 되고,사회를 알게 된다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