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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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버지는 남자도 동물도 아냐. 그렇다고 식물이라고도 할 수 없지. 식물도 옆에 있는 꽃을 한 번은 쳐다볼 테니까"
그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할머니를 욕조에 가두고 범할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요양원 측 실수로 다른 보호자에게 연락을 한다는 게 나한테 잘뭇 전허한 걸 거라고 확신한다.
요양원에 도착해 전화로는 곤란하다 했던 그 내용을 직접 듣는 동안에도 확신은 바뀌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절대 내 아버지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29-)


경남 남해군 이동면 호구리

고해심은 1944년생, 정만선은 1946년생, 두 사람은 같은 곳에서 태어나 정만선이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 함께 자랐다. 그제야 아버지를 담당했던 베트남 출산 요양보호사의 말이 이해된다. (-87-)


덕자는 자신과 햇심을 배에 태우던 아버지의 그 살벌한 눈빛이 영석의 얼굴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러니까 정만선의 아버지를 죽인 건 우리 엄마고, 우리 아버지를 죽인 건 덕자를 말이네?"(-186-)


여자의 이름이 '해심'이란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저 다른 이름들은 다 잊었으면서도 해심이란 이름만은 또렷하게 말하고 쓰는 남편이 의아했다. 어쩌면 남편이 부르는 해심은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다. 그때부터 왠지 해심이란 이름이 께름칙하게 여겨졌다. 딸에게도 이름을 바꾸라고 성화를 부렸는데 '고해심'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바로 그 여자라는 느낌이 왔다. (-207-)


검은 정장을 입은 하영석이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추레한 수염에 흐트러져 보였던 그가 오늘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라 더 긴장된다. 정해심은 검찰청 근처의 커피숍으로 하영석을 데리고 간다. (-259-)


소설 <네 번째 여름>은 주인공 정해심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첫번째 여름에는 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두 번째 여름에는 그 남자의 아버지가 죽게 된다. 세번째 여름에는 내 남편이 죽었다면, 네번째 여름에는 자신이 떠난다는 것은 이 소설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즉 죽음과 여름을 엮어내고 있으며, 아버지와 아버지 정만선의 딸 정해심, 검사였던 정해심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소설을 관찰해 보면, 딸 정해심이 검사 정해심의 관점에서 어떤 사건들을 마주하는 과정들이 전체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 , 정해심이 검사가 아닌 피의자로서 느껴야 하는 그 마음들, 자신의 이름 해심이라는 이름이 허투루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묘연의 여인을 우연한 계기로 마나게 되면서, 아버지의 과거의 모습들을 서슴없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배신은 또다른 배신을 낳고, 이해는 또다른 이해흫 낳는다.그 과정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즉 여름과 바다,그리고 그 안에서 터전을 삼고, 물질을 하는 사람들의 삶이 관찰되고 있었으며, 해심이라는 아이가 안고 가야 하는 또다른 타자로서의 해심의 기억,그것은 운명이었으며, 숙명이다. 즉 아버지의 운명적 장난이 만들어낸 과거가 자신의 삶을 바꿔 놓게 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해심이라는 이름 속에 새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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