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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ㅣ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평점 :
그리고 얼굴에 주먹을 한 번 더 내리꽂았다.
"내가 용서할 것 같았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
그일이 있고 반 년 뒤, 민경은 수진의 집 거실에서 만화책을 읽었다. 주인이 없었기 때문에 tv 전원은 켜지 않았다. (-24-)
여기서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의 결정적인 차이가 생겼다. 내가 정우를 대하는 태도의 결정적인 차이가 생겼다. 내가 정우를 좋아하는 마음과 정우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의 장르가 다르다는 것.나는 정우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내가 사라지고 난 뒤의 정우는 쉽게 상상됐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시험을 하나 내고 말았다. 정우와 나 둘 다에게. (-65-)
동네 문방구 앞에는작은 오락기들이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아케이드 게임 외에도 룰렛이나 가위바위보 머신을 들여놓은 곳이 많았다. 그런 게임은 동전을 넣고 승리하면 '꾀돌이' 같은 불량식품이 쏟아지기도 했고,'메달'을 주기도 했다. 메달은 카지노의 칩, 파친코의 쇠구슬과 비슷한 개념으로 해당 문방구의 화폐였다. (-121-)
어릴 적 학교에서는 꼭 그런 걸 시켰다. 가정 환경조사서 작성이나 가족 신문 만들기 같은 불유쾌한 과제들 말이다. 그런 유의 설문지는 부모님의 유무는 물론이고 그들의 최종학력 그리고 직업 , 몰고 다니는 차종이 무엇인지 물었다. 충분히 무례한 질문들이었지만 가족 신문을 만드는 일보단 차라리 마음 편했다. (-130-)
세일러문, 테트리스, 보글 보글, 어릴 적 즐겼던 오락실 게임, 아케이드 게임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 문구사에서 샀던 학용품들을 이젠 인터넷에 더 좋은 것을 구하게 되었고, 어릴 적 누군가 좋은 것을 사면, 나도 사고 싶은 누군가 기름 때처럼 줄줄 흘렀던 기억이 났다. 서로 한 공간에서 함께하고 서로 말을 섞었기 때문에 가능한 사회적 관계였다. 이제는 잊혀졌던 과거의 기억들이 나의 추억으로 잠식되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1990년대 일상들을 주섬주섬 담아낸다는 건,누군가의 수고와 노력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즉 소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세개의 단편을 통해 우리의 추억과 함께 보글보글 하고 있었다. 닌텐도 게임을 통해서 서로 점수 경쟁을 항렸던 그 기억들은 같은 또래의 동창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것이었다. 사로 어떤 것을 같이 하고, 즐긴다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엔 잊혀진 기억이 잔해이지만, 돌이켜 보면 소중한 우리의 과거의 모습 그 자체이다.
보글 보글 게임,그리고 테트리스 게임, 여기에 1942나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이 우리에게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공부하기 싫었던 이들의 일상적인 일탈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된다.아케이드 게임 속 장면 하나 하나 떠오르게 되었고, 코인이나 동전을 바꿨던 기억, 1000원 하나로 하루를 내 마음대로 쓸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건 , 그때보다 더 풍요로워졌지만, 정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우리의 삶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즉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것은 그 순간에나 가능하다.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게 되고, 내 주변 가족들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지만, 서로에게 애틋한 일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나의 삶이 소중하듯, 누군가의 삶도 소중하다는 걸, 소설<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세김질 해 본다.우리의 과가 속에 담겨진 일상의 사랑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담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