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엉망진창으로 아름답다 - 박상아 에세이
박상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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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서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와 어른은 한 사람 속에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비루한 현실, 까여나간 자존심, 한숨이나 한잔 술에 기대어 쉬는 고단함, 묵묵히 살다가도 가슴을 저미는 저릿함으로 미련하고 바보처럼 꿈을 품는다. 

아이가 쓸모를 위해 태어나지 안듯 어른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엔 쓸모없는 어른도 필요하다. (-35-)


결점이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정리 정돈을 잘하는 당신의 깔끔함이, 완벽주의적인 당신의 성향이 결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당신이 잘하는 것들을 당신의 결점으로 느끼고, 당신은 아마도 내가 못하는 것들을 내 결점이라 여겼으리라. (-57-)


나의 언어는 뱉는 순간 타인의 언어가 된다. 당신의 언어 역시 나의 언어로 해석된다. 그 간극에서 서로에 관한 오해는 필연적일 수박에 없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곱씹고 상상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당신의 언어를 당신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이로써 우리의 삶은 훨씬 심플해질 수 있다. (-67-)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대소변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순간, 나 아닌 타인들은 무감각하게 바라볼 수명이 가까워진 신체의 한계들, 나는 당연하지 않지만,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할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아픔들. (-89-)


우리는 예민해졌다. 거의 모든 일에서 부딪쳤다. 당신은 더우면 더워서 짜증이 났고, 추우면 추워서 짜증이 났다. 나는 그런 당신이 짜증이 났다.

우리의 말들에서 예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 때문에 다치게 됐다. (-112-)


기억되는 것과 사라지는 것들, 추억이 되는 기억과 잊혀질 기억, 물건이 소중하다. 기억은 시간에 맡기고 물건은 공간에 맞추어 살면 된다. 분류하던 물건을 다시 박스에 넣어 박스째 쓰레기통으로 가져간다. 

"상아야 ,이거 분리수거해야지."

하아. 다시 박스의 물건들을 꺼내 정리한다. 정리는 정말 끝이 없다. (-125-)


살다보면 탓을 할 수 없는 일들이 나를 괴롭힌다. 서러운데 누구도 무엇도 원망할 수 없을 때.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서러움과 화를 간신히 삼키고 있을 때 그런 나를 알아채는 건 늘 가족이다. 서러울 때 달려가 안길 품이 있다는 것, 투정 부릴 수 있는 품이 있다는 것 자체로 위안이 된다.

진짜 외로움은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투정부릴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이다. (-159-)


살면서 두렵고 혼란스러운 순간을 마주칠 대 마음에 담긴 지문들이 알 수 없는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181-)


증오하고 원망하던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더 이상 누구도 미워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때 나는 ,어른이라 불리는
조금 슬픈 사람이 되었다. (-220-)


우리의 삶은 완벽하지 않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후회하고, 걱정하고, 근심이 많아졌다. 매순간 쓰레기들을 버리지 못해서 후회하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쓰레기를 버려서 후회하고,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항상 나의 가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기서 나의 슬픔의 근원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게서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아이의 정체성를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는 어른의 경험이 존재하지 않아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어른은 어른이지만, 아이라는 과거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슬픈 어른이 된다. 돌이켜 보면, 내 마음을 콕 찝어내는 저자의 생에 대한 해석이 나에게 공감과 이해로 연결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이 이 책에서 얻게 되었고, 나의 결점, 나의 후회와 걱정꺼리들을 스스로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었기 대문에 후회의 잡초가 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나의 아픔은 온전히 내 몫으로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아픔을 적절하게 흘려 보내지 못하고 있다.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에 맞춰 살아가면서, 장작 내 가까운 가족에게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중한 가치를 내 안의 상처의 깊이로 인해 항상 외면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위 내 안의 감정의 울타리가 사라짐으로서 느껴야 하는 슬픔과 공허함,외로움은 그 어디에서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그것이 후회로 남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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