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김준혁 지음, 이신영 그림 / 바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아빠는 별거 아니라고, 새 길을 찾으면 된다고 했다.
엄마는 잠깐 쉬며 기다리라가 길을 잃은 사람들이랑 맥주한잔 마시면서 새 길을 뚫어버리면 된다고 했다. 할머니는 길이 왜 없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찾아보면 있다고 호통을 쳤다. 동생은 대답은 안 하고 "길길~길자로 끝나는 말은." 노래를 한다. 짜증난다. (-16-)


눈뜨고 사과할까? 말까? 생각하는데
엄마가 밖으로 나갔다.
냉장고 문 여는 소리가 나고 엄마가 한참 안 들어왔다.
몰래 나가봤더니 엄마가 소주를 마신다.
우리 엄만 맥주밖에 못 마시는데
냉장고에 맥주도 있는데 소주를 마신다.
아무것도 없이 소주만 마시다가 엄마가 울었다.
쑥스러워도 사과하기 싫은 고집이 남아 있어도
아까 눈 뜨고 사과할 걸 그랬다.
미운 마음은 안 참았으면서 좋은 마음은 왜 참았을까?
참지 말 걸 그랬다. (-49-)


움푹 파인 슬픈 엄마 마음은 어떻게 할지 몰라.
주변을 맴맴 맴돌았다.
괜히 찔러보고,자꾸 툭툭 쳐봤다.
모르는 척 누워 있던 엄마가 안아주길래
미안하다고 사랑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움푹 파인 엄마 마음이 판판해졌나 보다.
엄마 얼굴에 엄청 큰 보조개가 푹 파였다. 

엄마 얼굴에 엄청 큰 보조개가 푹 파이니
구겨졌던 내 마음도 활짝 퍼졌다. (-92-)


매일 하는 거짓말에
엄마 코가 지구 반대편에 닿을만큼 길어지겠다.
그래도 엄마의 거짓말에 기대서
오늘도 쪼그라든 맘에 풍선을 풀어보는 나.

엄마 코가 한껏 길어져서 부러질 것 같을 텐데...
그래도 나는 오늘도 엄마가 하는 하얀 거짓말을 먹고 자란다. 

 때문에 오늘도
거짓말쟁이가 되는 우리 엄마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남을 연기자가 되겠다.

엄마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 있음 좋을텐데..
나한텐 너무 어려운 일이다. (-158-)


사춘기가 되면, 사춘기 나름대로 고민을 하게 된다. 초등하교 고학년이 되어서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내 앞에 이유없는 걱정이 층층히 쌓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른들은 대체로 쓸데 없는 걱정을 한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나빠진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의 마음 ,나의 고민과 걱정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게 된다. 그래서 억울하고, 섭섭하고, 삐지게 되는 10대 사춘기 시절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사춘기를 반추하게 되었다. 왜 어른들은, 내 마음을 잘 몰라줄까 아쉬울 때가 있다.그리고 어른들은 때때로 하얀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쥐구멍에 숨고 싶어진다. 내 아이를 자랑하고 싶은 그 마음들이 ,어른들의 대화의 소재이면서, 주제이다. 서로 비교하게 되고, 서로 잘난 점을 말할 때가 있다.그 과정에서 할말이 없는 엄마는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는 거다. 사춘기 아이는 섬세하고, 혼란스럽다. 그리고 미안함과 속상해질 때가 바로 내 부모님이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다. 내가 공부를 더 잘했다면, 내가 좀더 뛰어난 아이였다면, 부모님은 하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내 아이가 똑똑하고, 좋은 중학교, 좋은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으쓱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때 느꼈던 부모님의 치맛바람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의 마음이 속상하면 아이도 마음이 속상하다. 엄마의 보조개가 화알짝 열리는 아이의 마음도 화알짝 열리게 된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서로에게 애틋함이 더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서로에게 필요하고, 서로를 아끼는 것, 그것이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며,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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