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미워질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가희 지음, 오혁진 그림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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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했지만 ,그는 자주 힘들어하고 벅차했다. 만나는 내내 행복하다는 말보다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고, 웃는 얼굴보다 찡그러지거나 화난 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에게 그 사람은 강릉바다에서 본 파도만큼이나 큰 파도였다. 그런 사람이 저리 맑게 웃으니 나는 아무렴 다 괜찮았다. (-17-)


그 사람과 헤어지고 제일 먼저 현관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언제까지 헤어진 사람의 생일 네자릿수를 입력해 집에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문제는 변경한 후였다. 비밀번호를 한번에 입력하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 전만 해도 습관처럼 입력했던 터라 괜찮았는데, 오히려 변경하고 난 후 하루에 최소 한 번은 의식하게 됐다. (-42-)


빠지다:
어디서 누구와 있든 특정한 사람만
생각하거나 수시로 언급하다. (-95-)


사소한 다정함

옷에 붙은 보풀을 조심스레 떼어준다거나
손에들고 있는 무거운 짐을 말없이 들어준다거나
함께 도로를 걸을 때 자연스레 바깥쪽으로 걸어주는 일.
나를 설레게 하는 너의 사소한 행동들. (-111-)


이들에게 가끔 나를 투영하다 보니 작은 욕신이 생겼다. 나도 이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의심이나 미움 같은 불순물 없이 숫눈길처럼 투명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퍽 다정하고 포근한 만남이 될 테니. (-146-)


혼자일 때의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나도 결국엔 나다. 사랑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이다. 사랑은 어렵고 새롭다. (-175-)


"그게 다 사랑해서 그러는 거예요. 관심이 있고 바라는 게 있으니 싸울 일도 생기는 거지."

본인도 첫사랑과 미친 듯 싸우며 연애했는데, 현재 그 분과 두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중이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184-)


진지했고,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한다면, 누군가와 헤어지고 멀어진다면, 기억하지 않고, 관심을 끊는 것이 좋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거나, 본질적으로 그 사람을 기업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즉 소가 되세김 하듯, 기억을 되세김하게 되고, 결국 미운감정과 잔향이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습관은 그래서 무섭고 ,조심스럽다.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서, 바꾸었지만, 나의 습관은 기억하고 있었다. 잊으려 애쓰다 보니, 습관은 잊지 못했다. 그래서 미운 감정은 내려 놓고,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 내 삶에 이로울 때가 있다.


사랑한다면, 후회할 일이 적어진다. 용서하게 되고, 양보하게 된다. 지나고 보면,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타인에게 맞춰준다는 것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나의 삶, 누군가 미워질 때, 미워지는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었다. 사랑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감정의 보폭을 늦추고, 나와 타인 간에 적절한 거리를 둔다면,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함께 걸어갈 수 있다. 즉 나의 삶에 대해서 따스한 관점으로 보는 것, 사랑과 슬픔의 동반자가 되는 것, 사소한 다정함과 소소한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서로가 의지할 수 있다.우리는 서로 미워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매우 짧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였다.이별을 잘 받아들이고, 잘 소화할 수 있다면,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희망과 위로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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