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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왕 : 탑의 소녀 ㅣ 나르만 연대기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4월
평점 :

아무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앗산은 하룬의 허리를 마구잡이로 짓밟았다. 뼈가 뒤틀리는 아픔에 하룬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눈물만 철철 흘렀다. 앗산은 나르만에서 알아주는 부자다. 그래서 앗산의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고급이다. 조금 상한 과일이나 딱딱해진 빵 같은 쓰레기는 집 없이 떠돌아 다니는 하룬 같은 아이에게 감지덕지한 식량이다. (-13-)
외국에서 온 여행자나 상인, 여행하러 온 부자, 뱃사람,미래를 점치는 점술사나 행운의 주술을 거는 주술사, 하룬은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 코끝을 찡하게 하는 냄새가 풍기는 나르만의 항구 마을을 떠올렸다.(-52-)
"추격자가 어떤 놈이든 네 말을 들어주진 않을거다. 게다가 그 발목에 찬 고리는 기운이 범상치 않아.너를 쫒는 자에게는 너를 찾게 해 줄 증표가 될 테지. 나처럼 어설픈 무녀에게도 보이니까...그렇지, 잠깐 기다려 봐라. "
소야가 방 안쪽에 있는 옷장으로 뛰어가 목걸이를 꺼내왔다. (-144-)
파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자신에게 많은 것을 준 두 사람이다. 특히 하룬이 그랬다.
하룬, 나를 찾아와서 내 운며을 바꿔준 아이.이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내 몸 속에서 울려 퍼진 그 느낌을 기억한다. 그래, 죽을 순 없다. 내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그 역할을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한다. (-177-)
히로시마 레이코의 나르만 연대기 첫번째 이야기 <청의 왕: 탑의 소녀>의 주인공은 소년 하룬과 소녀 파라이다. 붉은 피를 가진 하룬과 푸른 피를 가진 파라는 서로 앞으로 펼쳐진 운명조차 모른 상태이다. 족쇄에 엮여 있었던 파라를 풀어준 이는 나르만 거리를 떠돌아 다니면서,버렁뱅이로 살아가는 고아 하룬이다. 가난한 삶 그 자체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던 하룬과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앞의 운명조차 모르는 파라의 만남은 운명이라기 보다는 숙명에 더 가까웠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 주는 데 있어서 한쪽으로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하룬과 파라의 관계에서 보여지고 있었으며, 파라에게 억눌러진 힘의 정체들을 하룬을 통해서 찾아내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소설은 왕과 마족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었다. 죽음에 가까워진 왕은 후계자를 구하고, 유언을 남기려 한다. 제4왕자 토르한을 청의 왕의 후계자로 낙점찍었지만, 국왕의 자녀들을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국왕으로서는 당황스러웠지만, 후계자들 사이에 내분이 생길 수 있었던 상황이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에 묵묵히 감내하게 된다. 토르한을 위협하는 이는 무사였던 제2왕자 카잣트이며, 그는 왕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도덕적 자질이 부족한 아이였다. 하지만 명분은 카잣트에게 있었기 때문에,. 청의 왕은 카잣트의 제안을 수용하게 되었고, '제물의 아이'를 찾는 이가 청의 왕이 될 자격을 얻는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게 된다. 소설에서 '제물의 아이'가 되어버린 그 소녀의 운명,그 운명이 비극으로 끝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들은 소녀의 힘을 감추었고,그것을 봉인할 때, 소녀는 영원히 숨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운명 앞에서 그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선택하면서, 평범하게 선택할 것인가 결정과 판단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노예로 살 것인가, 아니면, 앗산처럼 부자 상인처럼 살것인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다. 소설<청의 왕>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여기에 있다. 욕망과 유혹 앞에서 무너질 수 있는 그 순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약함을 시험하게 되는 것, 하룬과 파라 앞에 놓여진 미래의 모습, 소설이 가지고 있는 깊은 메시지는 여기에 있었다. 살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청의 왕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제물의 아이는 어떻게 미래가 펼쳐질지 사뭇 궁금함으로 빠져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