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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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영역에선 수학 공식 같은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법원은 약 3,000명의 판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일부는 평소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을 것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층간 소음 때문에 고통받은 판사와 그렇지 않은 판사가 이 법을 해석할 때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객관적인 자세로 임한다고 하더라도 판사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경험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33-)


2014년 2월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21세기 대한민국의 한 섬에서 수십년 동안 수십 명의 지적 장애인이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경찰청도 염전 주인과 경찰의 유착관계 등에 대해 감찰을 벌이겠다며 시민감찰위원회까지 열었으니 서면 경고에 그쳤고, 이러한 의문은 묻혀버렸다. (-121-)


1999년 5월 20일 오후, 대구의 어느 골목길에서 여섯 살 어린이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이 아이의 입을 강제로 벌이고는 고농도의 황산을 쏟아부은 것이다. 전신의 절반 가까이에 3도 화상을 입은 아이는 49일간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결국 숨졌다. (-217-)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관에 대한 신뢰는 높은 편이다. 판사의 판결에 신뢰를 보이고 있으며, 그들의 합리적인 판결을 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판사의 신뢰는, 판사의 판결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람에 한정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수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법원과 판사의 판결에 불신을 보이고 있으며, 판사의 판결에 갸우뚱할 때가 있다. 그들이 매일 매일 쏟아내고 있는 판결이 누군가의 삶을 짖밟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가늠하지만, 현실은 불평등,불공정함 그 자체에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검찰과 법원과 엮이지 말아야 하며,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를 일적인 문제로 마주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살아가면서, 서로 조금은 손해보고 살아가는 것, 때로는 불이익을 느껴도 참는 사회적 처세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 스스로의 사회적인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생기는 억울한 상황들을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판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형로펌, 전관예우 관행이 숨쉬고 있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을 통해 갸늠할 수 있다.법원은 인간적이지 않고, 자본에 친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돈이면 된다는 공식이 법원에도 통용되고 있다. 공탁금 8000만원을 쓰는 이유는 그 공탁금이며느, 어느정도 죄가 감형될 수 있다는 계산기가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큰 죄를 지은 이들이 자신들이 비싼 돈을 지출하고서라도, 대형로펌의 변호 도움을 얻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으며, 공탁금, 처벌 불원서와 같은 방법으로 법적인 문제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법적인 시시비비가 나타나,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들 또한 법원의 무례함과 불친절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법원에 계류중인 어떤 사건의 판결을 기다리는 의뢰인의 마음적인 고통, 여러가지 상황들을 법원은 배려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신안 염전 노예사건, 미제 사건들,그리고 수많은 판결 속에 감추어진 불량 판결문들을 저자가 관리하고, 정리하고 있는 이유는 세상이 바뀔 수 있는 희망을 마음 속에 항상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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