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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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계속되는 그 무례한 눈빛에 나는 몹시 화가 나. 맹랑하게 부릅뜬 눈은 온 천지에 있어. 위로,아래로, 사방으로, 배를 바닥에 바짝 붙이고 기어 다녀. 두 폭의 벽지가 만나 어긋나는 곳이 있는데, 그 선을 따라 위로 아래로 움직이는 거야. 한쪽 눈이 다른 똑보다 약간 높이 있는 상태로 말이야. (-47-)


겉무늬는 곰팡이를 연상시키는 꽃 모양 아라베스크야. 줄지어 늘어선 독버섯을 떠올릴 수 있다면, 끝도 없이 줄줄이 연결된 독버섯이 무한하게 얽혀서 싹트며 뻗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봐. 정말이야. 정말 그렇게 보인다니까? (-77-)


"드디어 탈출했어.당신과 제니는 막으려고 했지! 내가 벽지를 거의 다 뜯어냈으니, 다시 나를 가둘 수 없을 것이야!" (-115-)


소설 <누런 벽지>는 우리의 삶의 공간 집에 대해서 발하고 있었다. 집의 내부를 바꾸는 벽지에 대해서, 그 벽지의 모양과 문양, 색감은 집 주인에게 달려 있다. 그 벽지의 특징을 보면, 벽지가 우리의 심미적인 감각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인간의 심리를 투영한다는 것을 너무 익숙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샬럿 퍼킨스 길먼(1860~1935년) 이 살았던 그 시대에는 그것이 먹혀들지 않았다. 누런 벽지의 모양과 문양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샬럿은 그것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여성의 억압과 차별, 불안의 요소요소들 , 그것은 그냥 불식간에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정신상태가 이상하게 바뀌는 그 과정들은 소설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 소설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인권 문제를 통찰한다. 누런 벽지를 선택한 주체와 그 선택으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된 객체, 객체의 정서적인 문제가 커비면서, 스스로의 자아를 파괴하고 있었다. 아픔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 파멸하려는 순간 , 그 파멸을 깨고, 벽지를 뜯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나의 문제를 누군가가 해결할 수 없다는 감정적인 절규가 벽지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으며,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은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즉 이 소설은 100년 전 소설임에도 현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쉽게 으스러지는 여성의 감정 동선을 읽을 수 있다. 여선의 변화, 여성의 문제는 여성에 의해서 풀어 내고,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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