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밥 짓는 여자
이지영 지음 / 지식공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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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 5남매는 겨울마다 죽여주는 색감의 핫한'게바지'를 하나씩 지급받았다. 유난스럼게 추위를 탔던 나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걸 껴입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화려한 색감은 둘째치고 그 거친 것을 어떻게 입고 다녔는지 그것이 이해 불가이다. (-14-)


오랜만에 나선 외출 길에 빨간 자선냄비를 보았다.

일상이 줄줄이 무너졌던 올 한 해 끝에서 이렇게 때맞추어 나타난 구세군의 종소리를 들으니 숨이 쉬어졌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보니 지폐 몇 장이 잡힌다. 천원짜리들이다. 때마침 있어 준 천원짜리들이 고맙다. 잡히는 손으로 꺼내어 바로 냄비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
천 원이라도 생각했던 것들이 배춧이픙로 보였다. 눈앞이 아득한 찰나, 배춧잎들은 빨간 냄비 속으로 속절없이 미끄러져 갔고 내 얼굴은 이미 노랗게 변해 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던 따뜻한 마음은 천리만리 달아나 버렸고 빨간 통이 내 만원짜리를 빼앗아 가기라도 한 듯 머리털이 곤두섰다. 
나는 빛의 속도보아 빠르게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춴원짜리가 분명했다는 판결.
햇빛을 받아서 그런 걸 거라는 덧붙임.
그제서야 내 마음 속에 평화가 깃들었다.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우아한 인사를 건넸고 
"갑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란므 다정한 화답이 돌아왔다. (-100-)


죽음이라는 단어를 통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찬미한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그에게 수면제는 이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내 인생의 영화라고 꼽을 수 있는 <<체리향기>>
2020년, 나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느꼈노라고 글로 옮겨 보았다. (-148-)


비가 부슬부슬 내린건 그날, 나는 내게 물었다.

"지금까지 네가 쥐고 있는 모든 것과 너의 일상을 송두리째 갈아엎어서라도 죽기 전에는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가?"

내 모든 것과 바꾸어도 후회되지 않는 일?
앞으로의 시간을 몽땅 털어 넣어도 아깝지 않은 일?
너무도 거창한 그 질문데 대한 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226-)


자기에세이로 자기계발사화 하는 작가 ,일상의 행복을 연구하는 프리랜서 강사인 이지영님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긁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자신의 세월 속 켜켜히 묻어 있는 삶의 먼지들이 누군가의 손바닥에 의해 닦여지면, 말끔하진 않더라도, 반짝 반짝 빛나는 인생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이 가난으로 얼룩져 있더라도, 그 가난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나의 선택이자 결정이다. 내 인생과 나의 시간 안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은 내 몫이다. 살아가면서 , 스스로 삶의 원칙을 가지고 싶다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우리는 삶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에게 부모님의 삶,보모에게서 얻은 가치관이 자신의 삶에 투영되어 있었고, 찬바람이 불었던 그 시간 동안 내 아이를 위해 지어 주었던 '게바지'는 어머니의 따스한 그리움과 소중함으로 엮이게 된다. 소소한 행복은 자신의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데 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여러가지 변수들을 통제하고, 제한 하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 좋은 일을 할 때, 작은 티끌 같은 일들이 그 좋은 일을 가릴 수 없다. 내 인생에 갑자기 나쁜 일이 생겨도,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도,그것을 좋은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의 삶과 내 앞에 놓여진 삶, 나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일, 위대한 프로젝트를 만든다면, 삶의 의미, 인생의 의미를 만들수 있다. 후회하는 삶과 후회하지 않은 삶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내 앞에 펼쳐진 인생은 온전히 나의 것이며, 단맛을 느끼기 위해서 , 쓴맛은 불가피하다. 내 인생의 쓴맛을 견딜 수 있을 때, 단맛의 참 의미를 스스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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