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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ㅣ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4월
평점 :
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가서 남은 풀라오 볶음밥과 콩 수프를 포장했다. 이상하기도 하고 약간 겁이 나기도 했던 루비가 지켜보다가 물었다." 아가씨 ,좀 도와줄까요?"
디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식을 낭비하면 안 되죠. 집으로 가는 길에 거지에게 주면 돼요." (-74-)
철제문 창살 틈으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밖이 조용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몽둥이나 작살 모양의 조잡한 무기를 들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칼을 들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사프란색 셔츠를 입고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그들을 본 이시바가 몸을 떨었다. 잠시 그는 그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길을 비켜주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을 부끄러워하며 그는 철제문의 자물쇠를 풀고 문을 밀어서 약간 열었다. (-191-)
이제 어디를 가든 오두박집들과 판잣집들이 늘어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아끼는 개에 옴이 득시글거리며 늘어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아끼는 개에 옴이 득시글거리며 퍼지는 속도를 연상시켰다. 건설, 돈,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그들의 궁핍한 집들이 언덕의 중턱을 갉아먹고 있었다. (-315-)
"휘익!" 그들 옆에 누워 있던 여자가 휘파람을 불며 불렀다. "휘익! 경찰한테 돈을 줘야지." 여자가 누워 있던 비닐은 조금만 움직여도 시끄럽게 버스럭거렸다. 그녀의 두 발이 짙은 진물로 노랗게 얼룩진 붕대로 감겨 있었다."뭣땜에 경찰한테 돈을 줘요? 승강장이 저 사람 아버지 것도 아니잖아요." (-438-)
"디나 아주머니의 하숙생인 저와 재봉사 한명이 부두에서 하마터면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어요."
"그런 불길한 말은 하는 거 아니다." 이시바가 말했다. (-599-)
너무 자책하지 말고 샨카와 그의 어머니의 운명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지 말라고 이시바가 말하려던 차에, 거지 왕초가 보다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모든 인류가 그렇다는 거요. 누가 우리를 비난할 수 있겠소? 우리의 시작과 끝이 이렇게 괴물 같은데 어쩌겠소? 출생과 사망 ,이것보다 끔찍한 괴물이 대체 어디 있소? 우리는 자신을 속이며 그것을 놀랍고 아름답고 장엄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괴물 같은 거예요. 그걸 인정해야지." (-664-)
그런 다음 그녀는 거지왕초가 결혼 선물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작전을 바꿔서 그가 재봉사들이 사라진 걸 알게 할 작전이었다. 돈을 떼였다는 걸 알면 거지 왕초가 즉시 움직여서 그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그날 거지 왕초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에 그가 시간을 엄수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89-)
작가 로힌턴 미스트리는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교도의 후손 파르시인의 후손으로 전세계 약 17만 이상의 인구가 현존하고 있다. 그는 1975년 혼란스러운 인도의 사회 모습을 네명의 주인공 이시바 아저씨, 옴프라카시, 마넥,디나 아주머니를 중심으로 인도 특유의 카스트 제도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판잣집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그곳은 1975년 인디라 간디가 지도자로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그 시점에서 인도의 모습과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 거지 왕초가 지배하는 곳,위생상태가 엉망인 그곳, 지역에서 음식 쓰레기를 불가촉 천민이나 거지들에게 줘도 된다는 인도인들의 불결한 인식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불가촉천민으로서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었다.제봉틀과 재봉사로서의 기술 하나로 살아가는 그들의 핍박, 한국에 북가보안법이 있는 것처럼,인도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인도인을 다스리게 된다. 빈민들이 사는 곳을 하나 하나 철거하고, 그곳을 부자들의 소유물로 삼게 된다. 거지 왕초가 지배하는 빈민굴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인도인의 모습을 2년간의 시간을 거슬러 오고 있었다. 소위 무정부 사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개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것처럼, 한순간 불가촉 천민을 개패듯 다루게 된다. 저항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삶과 죽음을 운명에 맡겨야 하는 순간들을 본다면, 소설 <적절한 균형>에서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소설을 읽으면, 1970년대 인도 사회와 한국 사회를 비교하게 된다.인도와 한국은 무정부 사회에서, 저항의식이 나타나게 되었다. 군부 독제 사회에서 아니키스트적인 요소가 인도에도 있었고, 한국에도 현존하였다. 종교와 인종, 계급과 종족이 교차되었던 인도사회는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 경찰의 폭력에 의해 시체는 쌓이게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건설과 돈이 모이게 되는 인도 사회의 모습들, 죽은 이들은 산자에 의해 수습되었고, 산자는 미래를 염두에 두게 된다. 반면 인도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인종차별과 게급사회가 현존한다. 반면 한국은 안정적인 사회에서 나름대로 규칙과 준법정신을 강조하며, 교육을 통해 사회 개혁과 개화를 만들었다. 그건 이 소설에서 한국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앗던 인도 사회는 정체되었지만, 한국은 그 이후, 점진적으로 개발을 통해 나라 부강을 꾀하게 되었다. 핵무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과학과 수학이 발달한 인도 사회, 미국을 위협하는 두 나라 중 하나였던 인도 사회의 껍데기를 알게 되었으며, 소수의 인종이 처한 현실을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