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 - 나를 둘러싼 존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 들시리즈 2
박훌륭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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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한자로 '欻隆'이라고 쓴다.'훌'은 원래 '화'자가 3개 들어가는데, 검색하면, '欻'밖에 나오지 않는다. 웬만한 사람은 모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 보기 힘든 한자이고, 순 한글에 한자를 맞춰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18-)


'아직 독립 못 한 책방'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 정말 아무런 '노오력'을 들이지 않았다.여타 동네책방들에 비해서 보유한 책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 순수하게 (단순하게) 이곳을 '작은 책방'으로 규정하고 싶었다. (-42-)


그런 기억들을 돌아보면 나는 혼자 산책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 같다. 혼자 산책하면 생각이 많아질 것 같지만 오히려 생각이 없어지는 편이라 홀로 떨어져 나온 기분이 그리 좋았나 보다. 사람마다 산책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81-)


기다림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사실 사물이다. 사물은 색이 바래거나 모양이 변하기는 해도 시간을 고스란히 흡수하여 담고 있다.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다림과 인내인지 알 것이다. 사물이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정하에 아 같은 기다림과 인내가 그들에게 쉬운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122-)


라면은 참 희한하다. 이름만 들어도 혹은 누가 먹는 것만 봐도 군침이 돌고, 한 젓가락이라도 먹고 싶어진다. 한떄 가정을 하는 상황에 쓰이는 표현과 결합해서 해물이 왕창 들어간 '바다가 육지라면'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파불닭볶음맛'이 나는 '부자될라면' 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센스 있고 재밌는 이름을 좋아한다. 물론 라명ㄴ은 맛있어야 최고지만. (160-)


우리는 이름에 공을 들인다. 남과 다른 이름을 쓰고로, 이름에 의미와 욕망을 투영하는 경우가 있다. 1950~1960년대 태어난 여성에게 이름을 붙일때, 부모님의 마음이 투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그래서 이름은 함부러 짓는 것이 아니며, 이름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그만큼 돈을 들여서 정성스레 이름을 짓는 것을 한국사회는 미덕으로 삼고 있다. 


저자의 이름은 '박훌륭'이다.어릴 때 이름을 들었다면, 평생잊지 못하는 특이한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들이 인정하지 않아도,스스로 자신의 이름에 따라 살아가기로 다짐하게 된다. 즉 매사 자신의 이름이 누군가에게 거론되는 것을 조심스럽게 하였고, 몸과 마음,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어쩌면 반 아이들에게 놀림받기 쉽고, 조롱받기 쉬운 이름일 수 있지만, 저자의 부모님의 뜻이 이름에 반영되어 있었다. 즉 흔하지 않은 한자 이름이지만, 그 한자 이름을 바로 알아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 더 관심가지게 된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한자로 쓰여진 이름을 바로 알아맞치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저자에게 이름은 삶과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약사라는 본업 이외에 책방지기라는 부업을 같이 병행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적은 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책들 하나 하나 허투루 여길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르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살아가면서 스스로 신중하고, 겸허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내 이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면 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소소하지만, 손해를 입더라도 감수하는 것, 내 이름에 따라 살아간다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게 되고,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존중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데 서툰 이유는 나 자신의 이름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서이다. 내 이름을 사랑하고, 내 존재를 사랑한다면,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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