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노래
나카하라 주야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애달픔 탓에 제대로 울지 못해
이런 낮에도 어둠을 품었구나
머나먼 하늘 줄 위에 울어대는
해협 기슭 사이 겨울의 새벽바람

백장미 조화 造花 의 꽃잎
얼어붙어서 제정신도 아니고 (-11-)


밖에는 오늘 밤, 나뭇잎이 살랑이네.
아득한 기분의, 봄밤이로가.
그리고 나는, 고요히 죽어.
앉은 채 이대로 , 죽어가는 거야. (-66-)


춘일광상 春日狂想


사랑하는 아이가 죽었을 때는,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사랑하는 아이가 죽었을때는,
그것 말고 달리,방법이 없어.

하지만 그래도, 업(業)이 깊어서,
여전히 더 살게 되거들랑,

봉사하는 마음이, 드는 거에요.
봉사하는 마음이, 드는 거에요.

사랑하는 아이는,죽은 거니까요.
분명히 그야, 죽은 거니까요.


이제는 어떻게도, 안 되는 거니까요, 
그 아이를 위해서,그 아이를 위해서, 

봉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안 돼 .
봉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안 돼. (-95-)


산다는 것은 죽음을 견디는 것이다. 죽음은 예고없이 스처 지나가 , 그 주변을 파괴시켜 버린다. 사람도, 사물도, 존재도 ,가치도 파괴해버리는 죽음이라는 개념은 멀어비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형체이다. 쫒아내고 싶어도 쫒아낼 수 없었던 그 죽음을 노래한 시인 그가 바로 시집 <지난 날의 노래>를 쓴 나카하라 주야이다. 그의 시집은 두 편이며, 첫번째 <염소의 노래>에 이어 < 지난날의 노래>까지 읽게 되면, 그의 불우한 삶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1907년에 태어나, 1937년 급성 결핵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던 니카하라 주야에 대해서, 현대인들이 보는 시선과 다르게,그의 삶은 절대적인 불우함 그 자체이며, 삶은 우울하였다. 프랑스 시인 랭보의 다다이즘, 삶의 무의미함과 허무함을 시로서 표현하였던 그의 시는 나카하라 주야의 시에 반영되었다. 나카하라주야는 ,자신의 시상을 랭보의 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밝은 세상, 맑은 하늘을 보아도 스스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투영하지 못하였다.밝은 세상에도 여전히 그의 삶은 불안하였고, 우울하였다.


그의 삶이 그의 시가 되었고, 그가 서른이라는 짧은 나이에 요절하였던 것은 1915년 여덟 살 보았던 4살 동생 쓰구로의 죽음이다. 그 죽음을 시로 표현하였고, 이후 자신의 삶을 죽음 속에 가두어 버리게 된다. 삶의 허무함,무의미함에 시의 근본으로 삼았던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며, 우리 사회의 현대인이 마주하고 있는 우울과 불안의 근원과 일치하고 있다.현대인들의 삶 속에 슬픔과 우울감,걱정과 근심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는 미디어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의 어린 죽음을 단절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재생하려는 삶의 속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즉 누군가의 죽음이 내 삷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는 서로 관계를 통해 연결되었고, 내 삶이 타인의 삶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그 세속적인 삶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살아생전 300여수의 시를 남겼고, 서른이 되면서 ,병사하게 된 나카하라 주야의 죽음 속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마주하였던 아이의 죽음의 슬픔의 근원과 일치하고 있었으며, 그들이 자신의 슬픔과 불행을 끊어내지 못하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4페이지로 이어지고 있는 나카하라주야의 장편시 춘일광상春日狂想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아이를 마주하는 가족의 마음과 생각이그의 시에  반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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