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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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를 전후로 이탈리아 각지에선 '이탈리아 사회공화국' 군대와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다양한 파르티잔 그룹들이 생겨났다. 이후 각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저향그룹들이 연합하여 '이탈리아 해방 위원회'를 결성하는데 여기엔 공산당, 사회당, 행동당, 기독교 민주당, 자유당, 노동민주당 등이 모두 참여했다. 또한 휴전 협정 이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던 반파시즘 분위기가 이탈리아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 수많은 시민들이 게릴라전을 펼치며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다. (-13-)


친애하는 아버지, 제가 아버지의 명령과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점, 그리고 아버지의 뜻에 반하여 해야한 모든 일들을 용서해 주세요. 저처럼 완고한 사람들은 이런 최후를 맞이하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믿어 주세요. (-157-)


사랑하는 어머니, 제가 가끔 속상하게 해 드린 적이 있다면 용서해 주세요. 그때는 제가 어렸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인민을 위해서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과거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최소한 노년만이라도 평화롭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었건만, 운명이란 참 야속하네요! 결국 제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271-)


유차, 모든 일이 틀어지더라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만 알아주면 돼.
당신과 우리 아이들 생각만 하면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러워.
나는 하느님을 믿어. 그리고 그분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제 더 이상 저항하고 견뎌낼 힘이 없어. 인간의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아. 바티칸 시국의 로마교황청이 나서서 사면 요청을 한다든지 하는 총체적인 해결책이 시급해. (-371-)


운명은 고작 20살 밖에 안 된 저의 청춘을 이 세상과 단절시키려 합니다. 우리의 삶은 신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 뜻에 순응하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지요.저는 사제의 말씀에서 위안을 얻고 평온하게 죽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구합니다. 저의 때 이른 죽음에 너무 슬퍼하지 말 것을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이 모든 일들을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 주세요. (-491-)


주조공, 회사원, 판매대리인 , 정비공, 대장장이, 직공, 막노동자, 사서, 농민, 제빵사,교사, 기계수리공, 벽돌공, 제과제빵사 등등 201명의 레지스탕스의 사형수들의 편지가 이 책에 소개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에 맞섰던 이들, 저항과 게릴라전으로 이탈리아 무솔리니 체제를 거부한 이들을 레지스탕스라고 불리었다. 그들은 이탈리아의 평범한 소시민이었고,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탈리아인이었다. 스스로 이탈리아 해방운동에 동참하였고, 이탈리아의 독립, 독일의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행동을 하게 된다. 그들의 사형수의 편지를 보면, 독일 나치가 저지른 고문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 손톱과 발톱을 살아있는 채로 강제로 뽑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도료의 이름을 팔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불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인간의 극한 순간을 체험하였고, 수많은 레지스탕스가 동료의 이름을 파는 것이 독일 나치의 고문의 목적이다.그들은 배신보다 죽음을 선택하였다. 그런 레지스탕스의 편지는 서글프고, 고통그 자체였으며, 자신이 죽은 이유에 대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다만 역사 속에서 스스로 죄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성실하게 살았고,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였다. 비록 이탈리아의 전후 상황이 독일 압제에 의해 군사적으로 레지스탕스를 척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끝내 정항하였고,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사형수로 남게 되었다. 친독일인이 되기보다,무산자로서, 아나키스트로서 공산주의자가 되고자 하였다. 사형수가 되는 그 순간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 애틋함, 미안함과 죄책감이 묻어나 있었다. 살아서 남겨 놓은 후회, 자신의 유산을 정리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과정은 담담하였고, 침착하다. 비겁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놓여진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사형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 로마 교황청의 사면을 기대하였지만, 결국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깨닫고 좌절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이탈리아인으로서, 역사에 암고 싶었던 이탈리아 마지막 레지스탕스,그들이 남겨 놓은 고고한 저항 정신은  이탈리아 해방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 현대인들의 민주주의의 뿌리였다. 그들의 정신을 잊는다면, 우리는 다시 군부 독재 시대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고찰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역사를 지키고 잊지 않아야 조국이 있고 국민이 있으며, 이념이 숨쉴 수 있다.레지스탕스의 옥중 서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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