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사람 - 세상의 모든 부모, 자식을 위한 치유 에세이
고용환 지음 / 렛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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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랑할 게 없는데 어떻게 하지?'
내 차례가 되었다. 그냥 솔직해지자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이런 기회를 가져 본 적도 없고 떨어진다고 해도 쪽팔릴 것도 없었다.'그냥 다 보여주자' 솔직한 감정을 최대한 짧게 답변했다.
"부모님은 제게 짐입니다.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가끔 짜증도 납니다. 그런데 너무도 행복한 집입니다. 그래서 평생 업고 같이 걸어가려고 합니다." (-21-)


길어야 2년이라는 말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했던 아버지인데 이제 남은 시간이 단 2년 뿐이라고 하니 갑자기 아버지가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5남 3녀의 일곱째로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났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어린 나이를 즐기지도 못한 채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아온 한 남자였다. 그런 배경을 알고 있기에 아버지가 석유 소매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왜 그렇게 과소비를 하고 남을 챙기면서 인저을 베풀고 다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이제 곧 죽는다는 것이다. (-39-)


어느 날 아버지가 혹시 언제 아침부터 시간 좀 나는 일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할머니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는 근처에 사는 고모에게 전화해 보라고 하셨다. 같이 가고 싶었던 거 같다. 고모와 어머니를 모시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산소로 향했다. 집에서 2시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였다. (-106-)


간병인에게 물어봤는데 아무런 말씀도 없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가난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가족에게 그 누구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할 수 없었다.어쩌면 그것도 아버지 스스로 만든 마지막 순간일지고 모른다고 생가했다.사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어떤 말이라도 암길 것이라 기대를 했던 거 같다. 이유는 마지막 수술을 마치고 우리가 본 아버지에 노트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남긴 문장만 있었다. (-133-)


선생님은 회복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당장 수입이 없어지는 것을 걱정했다. 퇴원하고 집에 와서 보니 어머니의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딸이라도 하나 낳았으면 지금 더 위로가 되셨을 텐데 무뚝뚝한 아들 두 놈은 그저 속으로만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183-)


한 권의 솔직한 인생사가 기록되어 있는 에세이를 만나게 된다. 고윤환님의 에세이는 가난을 주제로 하고 있다.어릴 적 배우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밖으로만 도는 것이 저자의 시선으로 곱게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짧은 학벌, 동네 인심은 다 얻고 다녔지만 정작 집안일은 소홀히 한 한량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가난이 되물림된다는 것은 저자의 삶 속에 있었으며, 스스로 그 가난의 굴레를 끊어버리기 위해서 ,아둥 바둥 살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스스로 선택한 미국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집안의 장남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로 인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스스로에게 짐이었고, 삶의 무게였다.


우리 삶에는 후회와 원망이 깊게 패어져 있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그 마지막까지 저자 앞에 놓여진 것은 후회와 원망이다. 죽는 그 순간까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유서 한장 남기지 않았으며,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야속하였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용서와 용기가 필요하였고,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간이 요구된다. 즉 이 책은 내 삶이 지쳐 있을 때,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내가 죽을 수 있고, 가족 중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바닥이라 하더라도, 저자의 삶을 본다면, 나의 삶은 최악은 아닌 셈이다. 즉 나에게 희망은 내가 만드는 것이며, 남이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즉 힘들어도,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에너지 조건들을 스스로 완성할 수 있다.'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나를 위한 삶으로 스스로 바꿀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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