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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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의 참 주인은 허무의 벗, 책벌레였다.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구분조차 하기 어려운 좀 벌레, 빈대, 진드기 그리고 연갈색 먼지다듬이들 말이다. 이들은 서적들부터 레오르트산 미송재질릐 나무 선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이 제자리에 놓인 채로 영원토록 굳어진 것처럼 보이는 갈빛 책방을 그 밑바닥과 가장 자리부터 야금야금, 사각사각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집요함으로 갉아먹어갔다. (-9-)


그렇지만 모두가 잊어버려서 아무도 발걸음하지 않게 된 밑바닥에서는 무언가 은밀한 일들이 부단히도, 끈질기게,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꼽추의 고서점에 서식했던 책벌레들이 무한히 행하던 허무의 사업처럼 말이다. (-146-)


날개를 활짝 편 가고일 조각상이 비뫼시를 굽어보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 존재의 석화된 눈동자엔 북쪽 외곽에서 치솟고 있는 불길과 비명, 고함과 무전들, 총성과 폭죽소리 그리고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욕지거리들의 향연이 하나도 빠짐없이 담겼다. (-350-)


소설가 홍준성의 <카르마 폴리스>의 카르마 폴리스는 1997년에 발표한 라디오헤드의 음악이며,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카르마 폴리스>의 개념을 이해할 때, 인간의 업,업보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며, 이 세상은 순환된다. 카르마 폴리스란 그 순환속에서 업과 업보에 관련한 이들에게 상과 벌을 주는 존재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소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부자는 없으며, 비자만 존재하고, 장애, 가난 , 배구픔과 엮여 있는, 기괴하고, 모호한 서사적 스토리텔링을 구축하고 있었다. 빈자, 가난한 이들, 소외된 존재감, 인간이 혐오하는 박쥐들, 쓰레기,벌레, 그리고 고아까지 등장시키고 있으며,그들이 살아가는 비뫼시를 고찰하게 된다. 소설에서 종교와 철학,예술이 교차되고 있으며, 기독교적인 가치관, 성경적인 요소들, 대홍수가 등장하며, 가고일이 등장하고 있으며, 우생학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여 있었다. 소외된 존재감,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벌레와 같은 그들이 존재하는 세상은 상당히 암울하고, 우울하다. 무위도식하면서,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여지지 않는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곱추는 고서적, 그 하나에 몰이하며, 하나에 꽂혀 살아가게 된다. 소위 두루 안고 살아가지 않는 그들의 삶은 각각 개성적이면서, 특별하다. 하지만 어우리지 않는 주인공들, 그래서 이 소설은 독특하면서, 인간이 가장 외면하고 싶은 요소들을 꺼내고 있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참조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예술, 사회, 철학, 종교 각각의 참고도서들을 서로 엮어내며,치밀하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스토레텔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여느 소설에서 보여지는 정형화된 기승전결 적인 구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인간은 불편함을 어떻게 견디면서 살아가며, 어둠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존재, 그 존재는 어떤 생존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 보게 되며, 세속적이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세속은 평이하지 않으며, 삶과 희망이 아닌 죽음와 비통함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작가의 의도와 목적, 이 소설에 무엇을 드러내고 싶었는지 하나하나 물어 보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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