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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 아빠, 임신하다
이기동 지음 / 해피페이퍼(HAPPY PAPER)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쥬니어>란 제목이었는데, 남자인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임신하여 출산한다는 독특한 코미디 영화였다. 당시 나는 임신 출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십 대 후반의 청소년이었기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채널을 돌려 버렸다. (-4-)
그리고 몇 분 후 담당자의 한마디, "난임 시술 지원대상자입니다" 금액은 회차별 백팔십만 원! 우리에겐 큰 돈이었다. 마치 이 돈이 공짜로 생긴 것처럼 기부이 좋아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보거소를 나왔다. (-59-)
첫 진료 때 나온 진료, 주사, 초음파, 피검사 비용만 거의 백만 원이었다. 시험관 시술도 3일 배양에서 5일 배양으로 늘렸다. 이는 수정된 배아를 며칠 동안 배양 후 이식하느냐의 차이다. 통상 3일 배양이 많긴 하나, 5일 배양은 시험관 시술의 확률을 높여준다. (-95-)
나쁜 의도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분은 사과와 함께 어렵게 아이를 가진 주변의 사례를 이야기해줬고, 잘 되길 바란다고 하며 통화를 마쳤다. (-159-)
이때부터는 정부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PGS 는 수정된 배아의 개수에 따라 검사비용이 매겨지기 때문에 아주 큰 금액이 들어간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시술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167-)
그동안 아홉 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았을 때 임테기 유혹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이상하리만치 유혹이 컸다. 중격이라는 새로운 진단을 받고 이를 해결한 후 첫 시술이라는 점, 우리가 마음 속으로 정한 마지막 시험관 시술이라는 점 등 때문이었다. (-205-)
시험관 시술의 일반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다.
1.난자의 과배란 유도
2.난자와 정자 채취
3.체외수정 후 수정란 배양
4.수정된 배아를 자궁 내막에 이식
5.임신 유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 진행 (-248-)
불임과 난임,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또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결혼 후 주변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슬픔과 트라우마가 있었으며, 우리는 왜 불임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불임부부가 안고 있는 심리적 트라우마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짚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내 주변에도 불임 부부가 있었다. 아이가 없고, 아기를 가지기 위해서 ,여러차례 시험관 시술을 하였지만, 끝끝내 아기를 가지는데 실패하고 말았다.그리고 그 빈자리와 허전함을 반려동물을 통해 심리적 공허함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도 마찬가지였다.결혼의 여러차례 성관계를 하였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스스로 불임의 원인이 아내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지만, 검사 결과 아내에게 문제는 없었고, 정자가 여느 남자들보다 적은 남편,즉 저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배란을 유도하고, 정자를 많이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였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였으며, 피검사와 시험관 시술을 열차례 하면서, 집 한채 가까운 비용을 들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잘못으로 아내가 힘들어 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열번의 시험관 시술, 실패와 성공, 희망과 절망 속에서 다섯번의 유산, 그리고 마지막 열번째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기본 조건들을 갖출 수 있었으며, 아내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과정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긴장감의 끈을 놓치 않았고, 열달의 시간이 걸려 아기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다. 남들보다 더 힘든 시간들, 아내의 고통은 허용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였다.그리고 저출산 시대에 난임과 불임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