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삼킨 소년 -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4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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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반 아이들이 내게 삿대질을 하며 "바보" "벙어리" "머저리" 같은 말들을 쏘아붙여서 정말로 학교에 가기 싫었다. (-20-)


나는 노트를 다시 품속에 넣고 공원을 빠져나갔다. 할머니한테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했으니 들러야 했다. 만약 아빠와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추궁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걸 '알리바이 만들기' 라고 한다. 
음, 제법 탐정 같은데? (-53-)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구나. 아주 똑똑하다. 태의야,하지만 길을 걸으면서 휴대폰을 하는 건 똑똑하지 않은 습관이란다."
갑자기 아빠가 한 팔을 쑥 뻗었다. 나는 아빠의 손바닥에 머리를 콩 찧었다. (-107-)


처음에는 바가지를 얹어 놓고 자르는 바람에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었다. 앞머리를 일자로 반듯하게 자르지 못해 길이를 맞추려다 아예 빡빡머리가 된 적도 있었다.지금은 아빠도 실력이 늦어서 이발사 아저씨처럼 능숙하게 머리를 다듬는다. (-149-)


범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격앙되었다. 나는 정말로 겁에 질렸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났다. 툭 터진 눈물이 뺨을 타고 서서히 흘러내렸다. (-177-)


아직 국어 선생님에게 보여줄지 말지 결심이 서지 않은 탓이다.그것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내밀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종이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내가 쓴 글을 읽기 시작했다. (-215-)


바보, 벙어리, 모자란 놈, 태의에게 붙여진 편견, 선입견, 낙인이었다. 태의에게는 야스퍼거 증후군 뿐만 아니라 말을 하지 않은 함묵증을 가지고 있었다. 조용히 지내고 있으면서, 남들과 다른 외모, 바가지 머리에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은 것, 태의에게는 학교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감추면서 하루하루 보내야 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태의 앞에 나타난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살인사건의 범인을 직접 목도하였던 태의는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탈출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소설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이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태의는 자기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즉 이 소설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일상 속에서 태의가 안고 가야 하는 힘든 상황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으면서, 범인을 찾아가는 태의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이 놓여질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즉 나 자신을 태의에게 대입해 보면, 나의 경우 도피처를 찾을 것 같다 . 내 앞에 놓여진 상황을 회피할 것이며, 소리를 삼키는 태의의 모습이 딱 나의 모습이다. 소위 겁쟁이로 살아가는 것,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모나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태의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고민과 힘듦을 읽을 수 있다. 태의는 자신의 목격담을 누군가에게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태의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는 여기에 있다.하지만 신뢰와 믿음 속에서, 태의는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며,  주변의 도움을 통해,내 앞에 놓여진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태의의 모습이 어른들조차 감히 할 수 없는 태의가 가지고 있는 용기와 댁담함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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